“일본 영웅 요시다와 붙겠다” 추성훈 공개 도전장에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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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추성훈의 유도복에는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의 꿈, 그리고 유도가 최고 무술이라는 자긍심이 함께 녹아 있다. 추성훈은 경기 때마다 유도복을입고 로프 위를 훌쩍 뛰어 넘는다. [FEG 코리아 제공]

 일본 종합격투기 단체 ‘드림’의 최고 화제는 단연 추성훈(33·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다. 23일 밤 추성훈-도노오카 마사노리(35·일본) 전의 시청률(13.4%)은 이 대회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한 격투기계의 강자 크로캅(크로아티아)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다. 그런 추성훈이 다음 상대로 일본의 유도 영웅 요시다 히데히코(39)를 지목해 격투기계가 술렁이고 있다.

추성훈은 이날 경기 직후 “연말에는 요시다 선배와 싸우고 싶다. 내게는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후배의 도전을 받아주리라 믿는다”고 도전장을 던졌다. 각계 최고수가 모인 종합격투기에서 선후배 개념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요시다는 유도 선배이기 때문에 추성훈은 공개 도전장을 내면서도 깍듯이 예의를 갖췄다.

정통성을 따지자면 요시다가 한 수 위다. 요시다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유도 78kg급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2000년까지 일본 국가대표를 지낸 일본의 순혈 엘리트다. 그는 드림의 전신 격인 ‘프라이드(PRIDE)’시절부터 유도복을 입고 싸우며 유도 종주국의 기세를 떨쳤다. 반면 추성훈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일본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다. 게다가 그는 한국 국적을 갖고 살다가 2001년 귀화했던 만큼 일본 팬에게는 요시다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추성훈의 공개 도전은 일본 팬의 시각에서는 불경죄로 여겨진다. 격투기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은 추성훈이 마흔을 앞둔 선배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추성훈은 일본 내의 악역 이미지를 굳이 거부하지 않고 있다. 야유를 받더라도 요시다를 넘으면 자신이 최고가 된다는 점을 활용할 작정이다.

추성훈과 요시다의 대결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체중 차(추성훈 85㎏, 요시다 100㎏)는 추성훈이 감내할 몫이지만, 요시다가 ‘드림’의 라이벌 단체 ‘센코쿠’ 소속인 점이 걸림돌이다. 드림과 센코쿠는 지난해 초 일본 격투기 단체 프라이드가 해체된 뒤 양분된 단체로, 양측이 따로 선수층을 확보해 각자 대회를 열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사사하라 게이이치 드림 프로듀서는 일본 스포츠호치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원하는 대진을 제공하는 게 선수와 운영자의 역할이다. 팬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설문조사를 벌이겠다”며 빅매치 성사 가능성을 남겨 뒀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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