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긴축조치는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됐다. 가깝게는 지난 3월 5일 전인대(全人大)에서다. 당시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올해 건설국채 발행을 지난해보다 21%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기관 대출을 적절히 억제한다고도 했다. 긴축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탄탄한 성장을 이어오던 중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거품이 끼고 있다는 지적을 자주 들었다. 과잉투자와 과잉생산, 그리고 통화의 과잉공급이 계속돼온 탓이다. 브레이크는 잘 듣지 않았다.
부실채권 문제도 크다. 사람으로 치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24%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가이드라인 15%를 훌쩍 넘어섰다. 금액으론 3조위안(약 42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물론 이보다 더 많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아직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부실채권 총액은 일본(약 360조원)에 비해 더 불어나 있다. 그동안 부실채권 문제가 심각했던 곳은 중국보다 일본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젠 중국이 더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4대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을 2005년까지 15% 이하로 끌어내리겠다고 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분자(부실채권)를 줄이기보다 분모(대출총액)를 늘려 왔다는 점이다. 그 결과 잠재부실은 더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출을 자꾸 늘리면 과열경기에 기름을 붓게 된다. 인플레가 들이닥칠 수도 있다. 이것이 겹치고 쌓여 신규대출 억제 조치가 나온 것 아닐까.
19세기 초 나폴레옹은 "중국이 깊은 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라. 중국이 깨어나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잠을 깬 지 오래 됐다. 다시 잠들 나라도 아니다. 이젠 전 세계가 놀라지 않도록 면역을 키울 차례인 듯하다.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