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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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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위기나 쇼크가 늘 청천벽력처럼 일어나는 건 아니다. 평소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쌓이고 쌓여 터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에서 그렇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외환위기가 그랬고, 최근의 '차이나 쇼크'도 그런 부류다.

중국의 긴축조치는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됐다. 가깝게는 지난 3월 5일 전인대(全人大)에서다. 당시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올해 건설국채 발행을 지난해보다 21%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기관 대출을 적절히 억제한다고도 했다. 긴축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탄탄한 성장을 이어오던 중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거품이 끼고 있다는 지적을 자주 들었다. 과잉투자와 과잉생산, 그리고 통화의 과잉공급이 계속돼온 탓이다. 브레이크는 잘 듣지 않았다.

부실채권 문제도 크다. 사람으로 치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24%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가이드라인 15%를 훌쩍 넘어섰다. 금액으론 3조위안(약 42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물론 이보다 더 많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아직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부실채권 총액은 일본(약 360조원)에 비해 더 불어나 있다. 그동안 부실채권 문제가 심각했던 곳은 중국보다 일본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젠 중국이 더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4대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을 2005년까지 15% 이하로 끌어내리겠다고 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분자(부실채권)를 줄이기보다 분모(대출총액)를 늘려 왔다는 점이다. 그 결과 잠재부실은 더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출을 자꾸 늘리면 과열경기에 기름을 붓게 된다. 인플레가 들이닥칠 수도 있다. 이것이 겹치고 쌓여 신규대출 억제 조치가 나온 것 아닐까.

19세기 초 나폴레옹은 "중국이 깊은 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라. 중국이 깨어나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잠을 깬 지 오래 됐다. 다시 잠들 나라도 아니다. 이젠 전 세계가 놀라지 않도록 면역을 키울 차례인 듯하다.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