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과서만은 정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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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 재미(在美)영어교육학자가 우리 중학교 영어교과서가 너무 틀리다는 지적을 했다.우리말을 영어로 직역한 표현도 있고 영어권에선 오래전부터 쓰이지 않는 표현도 여러 군데서 발견하고 있다.예컨대 「School opens at eigh t o'clock」(학교가 8시에 열린다)같은 어색한 문장이 많다는 것이다.여기에서는 「open」이 아닌 「begin」이나 「start」를 써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정확하고 모범적인 행동을 흔히 「교과서 같다」고 한다.그만큼교과서란 정확과 무오류의 상징물이다.중학 1년 영어교과서라면 흡인력 빠른 청소년기 외국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다.처음 잘못된 영어는 끝까지 잘못된 영어로 각인될 것이다.교과서 제작에는 막대한 비용도 들지만 그 영향력 또한 심각하다.이 때문에 정부는 4,5년에 한번씩 교육과정심의를 해 교과서 개정작업을 벌인다.중1 영어교과서도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에 새로사용케 된 것이다.
이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현지어에 밝은 전문가 동원도 없었고 검인정 교과서를 심의한 쪽에도 이런 문제를제기할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을 동원해 영어교과서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재점 검하고 잘못이확인되면 오류수정표를 즉시 학교현장으로 보내 시정토록 해야한다.지난번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후백제 건국연대가 틀리고 사회과부도엔 북한산성을 남한산성으로 오기(誤記)한 사례가 있어 수정표를 배부한 적이 있었다.
교과서란 교육 권위의 상징이다.처음부터 잘 만들어야 하지만 잘못을 발견하면 즉각 고치는 것이 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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