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法안맞고 현지관습과 동떨어져-중학영어교과서 틀린곳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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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육부의 검정을 받은 영어교과서들 가운데 어법에 맞지 않거나쓰이지 않는 표현,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등 오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어의 바다에 빠뜨려라』(95년)에 이어 최근 『영어의 바다에 헤엄쳐라』는 책을 펴낸 미국 뉴욕주립대 영어교육학자 하광호(河光鎬.63)교수가 중학교 1학년 검인정교과서 8종중 2종에서 찾아낸 오류만해도 무려 40여개에 이른다.
한 교과서의 경우 곳곳에서 우리말을 영어로 직역한듯한 표현과영어권 국가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이 10여군데나 나타났다.『Do you know Winston Churchill?』「윈스턴 처칠을(개인적으로)아느냐 ?」는 질문에『Yes,I know him.』「예,(개인적으로)압니다.」라고대답하는 식이다.그러나 이 경우 『Yes,I know who he is.』「예,그가 누군지를 압니다.」라고 해야 옳다.
『School opens at eight o'clock.』「학교가 8시에 열린다.」는 어색한 표현도 있다.백화점.상점.사무실이 문을 열 때는 「open」을 쓰지만 학교는 「begin」이나 「start」를 써야 한다.
또 한 교과서의 경우 영어의 관습이나 어법에 맞지 않는 잘못이 거의 4쪽당 하나 꼴로 발견된다고 河교수는 밝혔다.
다음은 의사와 환자의 대화다.
A:How are you today?(오늘 기분이 어떤가?)B:Not so good.(별로 좋지 않다.) A:What'sthe matter with you?(너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이 표현도 적당치 않다.이 말은 뭔가 잘못된 일을 추궁하는 의미로 쓰인다.『Tell me how you're feeling.』정도로 해야 한다.
『Is there a park around your house?』란 말도 집 근처에 공원이 있느냐는 뜻이라면 「around」대신 「near」를 써야 한다.원래 문장은 집 마당이 바로공원인 경우에나 쓸 수 있다.
18종이 나와 있는 고등학교 영어교과서의 경우도 「스스로 문장을 완성하라」는 뜻의 지시문을 『Reproduce yourself.』(너 자신을 복제하라)라고 쓰는등 웃지못할 오류가 흔한 실정.
河교수는 『이런 오류들은 어학적 지도능력이 있는 원어민에게 철저한 감수를 받지 않아 생긴 것같다』며 『특히 영어를 처음 배우는 중학생들이 그대로 외우다시피하며 배우는 교과서에 오류가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집필규정에 따라 출판사들이 만드는 검인정 영어교과서가 교육부 심사를 거쳐 최종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2년.이 과정에서 출판사들은 외국인의 감수를 받는다고 하지만 제대로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품위없고 거친 표현들이 걸러지지 않는등 문제점이 많다는게 교육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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