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휴가받아 자원봉사 박지석.김성기.유희복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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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가족들의 목마른 여름휴가 바람을 잠재우고 한국민간자원구조단 일원으로 문산.연천의 수해복구 현장을 누비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오전 중앙일보 자원봉사단 셔틀버스를 인솔해 현지 「종합자원봉사센터」로 가 학생등 자원봉사자 교육.배치.숙식등을 돌보고 있는 본부장 박지석(朴芝錫.44.서울 서부세무서 기능직),구조대장 김성기(金成基.47.대한전선 직원).유희 복(柳熙福.
35.정우유통 대표)씨.朴씨는 『물이 모자라 아기들 분유도 타주지 못한다는 보도에 28일 만사 제쳐놓고 물통과 라면을 챙겨연천군 대광중학교로 달음질쳤다』며 『그런데 현지의 참상을 보고그냥 있을 수 없어 여름휴가를 내 31일부터 본격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공직생활 23년의 朴씨는 열관리.안전관리.위험물관리등 국가기능자격증을 8개나 갖고 있다.『보잘것없는 기능인데 위급한 상황에선 그래도 큰 도움이 되는군요.삼풍백화점 사고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안전관리 지식등을 동원해 자원봉사자 교육 을 시키고 있습니다.』朴씨 직장인 서부세무서도 이런 朴씨를 도와 삽 15자루를 내주고 3일엔 휴무처리도 해주었다.
문산.연천의 구조대장 金씨와 柳씨도 휴가를 반납한 것은 매한가지다.뙤약볕 아래에서 자원봉사자들을 교육.배치하며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金씨는 『퇴근후 개인시간을 이용해 자원봉사자들을 안내하는 역할만 맡으려 했으나 경험자가 필 요해 결국 휴가를 내고 현장을 지키게 됐다』며 웃는다.그도 유.무선설비등6개의 자격증 소지자다.柳씨는 아예 자신의 왜건에 민간자원구조단 로고를 새기고 지붕에 빨간 사이렌까지 달고 다니며 현지를 누빈다.이들은 『폭우로 군인들이 많이 죽어 안타깝지만 사상자 발굴을 주로 했던 삼풍때와 달리 주민들 삶의 터전을 복구하는 일이라 사실 보람은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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