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유골 성당밖 떠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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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金大建)신부의 부분 유해들이 각 성당에서 제대로 봉안되지 않고 관리부실로 행방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떠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가톨릭대 박물관장 이기명(李起明)신부가 최근 조사한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신부 유해현황」자료와 가톨릭교계신문인 평화신문의 조사 결과 밝혀졌다.
교회법 제1190조는 「거룩한 유해는 팔 수 없고 사도좌의 허가 없이는 양도될 수 없으며 영구히 이전될 수도 없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李신부와 평화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성당들이 김대건신부의 분배받은 유해를 보관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보관하더라도 봉안실을 갖춰 신자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한 곳은 극소수에불과했다.또 개인적으로 유해를 함부로 받아가 성 해(聖骸)를 사물화하는 경우도 많았다.
李신부의 자료에 따르면 96년5월 현재 서울대교구 사무처와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가 나눠준 김대건신부의 유해를 받아간 곳은개인.단체 포함,모두 3백51곳.서울대교구는 83년3월 한국교회설립 2백주년을 앞두고 관할 96개 본당과 춘 천.대구등 6개 교구와 11개 수도회등에 분배했다.또 뮈텔신부가 조선교구장으로 재직하던 1896년부터 김대건신부의 유해를 관리해온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는 분배 상황을 기록으로 남긴 69년부터 쳐도모두 2백9곳에 유해를 나눠준 것으 로 확인됐다.
이중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가 69년 이전에 분배한 유해는 언제 누구에게 어떤 부분이 갔는지 알 수조차 없으며 69년 이후분배분도 상당부분 친분에 의해 개인에게 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69년 이후 기록을 보면 수녀회는 받아간 사람들의 성명.
주소를 적지 않고 「고신부 모친」「혜화동 신자」등으로 쓰거나 세례명만 적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인의 유해가 개인적으로 분배돼 유실되는 것도 문제지만 특히 더 큰 문제는 유해를 받은 성당들이 교회법에 따른 예를 갖추기는커녕 유해의 존재 여부마저 모르고 있다는데 있다.이번에 관리여부를 조사한 서울대교구내 50개 본당중 32개 본당이 『없다』『모르겠다』『확인해 보겠다』고 답해 유해가 본당 밖으로 유출된 것으로 짐작케한다.
김대건신부의 유해가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되는 이유는 유해를 전체 신자의 기도 대상으로 보지 않고 개인적 신심이라는 욕심이앞서기 때문이라고 교계는 보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김대건신부의 유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5월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로부터 김대건신부의 남은 유해인 좌우 슬개골,척추뼈등 아홉가지를 인수했다.李신부는 『개인이 소장한 유해들은 회수해 교구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본당이나 단체 소장 유해는 신도들이 모두 공경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리에 모시는등 교구 차원에서 관리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교구는 교회사연구소 주관으로 13일부터 22일까지 가톨릭대 성당에서 김대건신부 관련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金신부가 생전에 주고받은 편지를 비롯,초기 신앙 자료와 그림으로 보는 성인의 발자취 등이 전시된다.
서울대교구는 현재 김대건신부의 순교 1백50주년을 맞아 유해순회 기도회를 본당.수도회별로 갖고 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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