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브라이언 철인 10종경기서 우승올림픽 恨 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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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올림픽을 제패해 진정한 세계 1인자로 대접받고 싶었다.』 10종경기의 대가 댄 오브라이언(30.미국.사진)이 2일 오전(한국시간) 마침내 평생 소원을 풀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오브라이언은 이날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끝난 10종경기 최종 합계에서 8천8백24점을 마크하며 우승,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마의 벽 9천점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오브라이언은 『지긋지긋한 올림픽 징크스를 말끔히 털어내 기쁘다』며 즐거워했다.
189㎝.89㎏의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그는 세계기록(8천8백91점.92년)을 수립하고 91,93,95세계선수권을 3연패한 전설적인 인물.
그러나 스포츠맨의 꿈인 올림픽 금메달과는 별로 인연이 닿지 않았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도중하차했고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미국 대표선발전에서는 7경기까지 신기록행진을 거듭했으나 장대높이뛰기에서 490㎝를 넘지 못해 0점을 기록,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오브라이언은 「비운의 스타」란 꼬리표와 함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주역으로도 유명하다.
66년 흑인과 백인여인 사이에 혼혈아로 태어난 뒤 두살때 입양된 그는 흑.백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해 따돌림을 받으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거칠어진 성격에 타고난 힘까지 갖춰 거리의 부랑아가 됐다.
그러나 육상선수로서 그의 가능성을 엿본 마이크 켈러(아이다호대 코치)와의 만남으로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
대학에 들어간 오브라이언은 한때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방탕한 생활에 빠지기도 했으나 스승 켈러의 변함없는 제자 사랑은마침내 그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다.
91년 미국선수권에서 우승,재기에 성공한 오브라이언은 그해 제3회 도쿄세계육상선수권을 제패하며 댈리 톰슨(영국)을 이을 차세대 철인으로 발돋움했다.
30줄에 들어선 오브라이언은 『인연이 없는 것으로 느껴졌던 올림픽금메달을 막상 따내니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켈러 코치등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게 이같은 영광이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애틀랜타=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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