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해외근로자 비중 급속히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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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우.한일등 일부 대그룹의 해외근로자 총수가 국내근로자 총수를 넘어서는 등 대기업들의 해외근로자 비중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들이 전체 투자.생산에서 차지하는 해외부문의 비중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장벽을 우회돌파하고 금리.땅값.임금등 국내의 제조원가 상승 부담을 피해 해외로 나간 대기업들이 현지 투자.생산을 크게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근로자비중=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그룹은 올 6월말 현재 그룹 전체근로자수 19만8천명중 해외 현지채용인과 해외파견근무자를 합친 해외근로자수가 10만명에 이르러 해외근로자비중이50.5%로 과반수를 돌파했다.

<표 참조> 10대그룹중 해외근로자수가 국내근로자수를 넘어선경우는 대우가 처음이다.
또 동아건설은 국내근로자가 6천6백명인데 비해 해외근로자는 1만1백명이고 섬유가 주업종인 한일그룹은 국내 7천명,해외 8천5백명이다.
삼성.LG.선경등 다른 5대그룹들도 6월말 현재 해외근로자비중이 9.58~15.83%로 최소한 10명중 1명이 해외근로자다. 대우그룹은 앞으로 해외근로자비중을 계속 늘려 2000년에는 총 37만명으로 예상되는 전체 고용인력중 해외근로자비중을 68%(25만명)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삼성.LG.선경그룹등도 반도체.전자.정유등 주력사업의 해외이전을 계속 확대해 현재 10~15%수준인 해외근로자 비중을 2000년까지 최소한 2배 수준인 20~30%선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LG그룹은 2005년까지 그룹임원의 20%를 외국인으로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해외투자 및 생산비중=삼성그룹의 해외투자규모는 92년 약 7천2백억원으로 국내외 전체투자 3조5천억원의 20% 수준이었으나 작년에는 전체투자의 42.7%(3조2천억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해외생산규모도 5억달러에서 27억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대우그룹은 전체생산중 해외생산비중이 92년 18.8%에서 작년 36%로 올랐다.
2000년 그룹매출 1백38조원을 목표하고 있는 대우는 그중50% 이상을 해외생산 및 판매로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자업종의 경우 삼성.현대.LG등 반도체 3사는 해외반도체공장 신.증설등으로 향후 전체투자중 대부분을 해외부문에 쏟아 붓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경제연구소의 서공열(徐共熱)해외지역연구본부 전략팀장은 『제조원가 상승.정부규제등 국내요인과 현지시장개척등 국외요인의 작용으로 대기업들의 해외근로자비중.생산및 투자비중은 당분간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해외 생산.투자.근로자비중이 세계화의 정도를 재는 가장 좋은 척도는 아니기 때문에 국내기업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박용만(朴容晩)두산그룹 기조실장은 『국내외시장이 개방되고 있는 마당에 해외에 진출하는 것만이 세계화의 전부는 아니다.세계화의 정도는 시장을 중심으로 측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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