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월드서비스 存立위기-豫務部서 예산삭감案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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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방송의 중립성.객관성의 대명사인 영국 BBC 월드서비스가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감독기관인 영국 외무부가 월드서비스에 대한 예산 삭감안을 내놓은데다 BBC 본사도 국내 TV.라디오 부문과 월드서비스를 통합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 외무부와 BBC 본사가 돌연 월드서비스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BBC 뉴스부문을 하나로 합쳐 디지털화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민방(民放)에서 이적한 하드 BBC본사 사장은 『이 계획이 BBC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라며 1천5백여명에 이르는 월드서비스 사원들을 설득하고 있으나 이들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BBC 월드서비스를 구하라』는 캠페인에는 영국 의원 1백70명도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제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BBC 월드서비스는 2차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전영국총리의 대독(對獨)선전방송 요청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중립을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이 방송은 과거 개발도상국 정부의 인권탄 압.민주화.
부패문제등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영국 기업들의 해외사업을 망쳤다는 비판마저 감수해야 했다.
비즈니스가 앞서고 국제적 미디어들이 속속 통합되는 시대를 맞아 BBC 월드서비스가 어떻게 버텨 나갈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없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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