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헬로, 봉주르, 니하오… 우린 벌써 친구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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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네댓살 난 꼬마도 “헬로”“생큐”하고 쫑알댄다. 대도시 초등학교 교실에선 ‘기내식’을 먹어본 아이들 찾기도 어렵지 않게 됐다.

그야말로 국제화 시대다. 어린이 책 시장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리 없다. 갖가지 형식으로 아이들의 바람직한 세계관 형성에 도움을 주는 신간들이 적지 않다. 시원스레 편집한 100여 컷의 생생한 사진이 어른까지 사로잡는 『얘들아, 안녕』은 무엇보다 지구촌 사람들의 ‘다름’과 ‘같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프랑스의 사진작가 우버 오메르가 130여개 나라를 여행하며 만났다는 가족의 이야기다. 각 사진 속 아이가 보낸 편지 형식의 글을 읽다보면 피부색이나 사는 방식, 가족의 형태 등은 달라도 가족 간의 사랑만큼은 세계 어디에서나 같다는 메시지가 머리에 쏙 박힌다. 모든 편지는 ‘안녕’이란 뜻의 각국 인사말로 시작한다.

“밍갈라바! 이렇게 길고 멋진 목은 처음 봤지? 나처럼 목에 금빛 고리를 두르는 것은 우리 파동족 여자들만의 전통이야.”(미얀마의 10세 소녀‘마다’)

전통 의상을 입고 낙타와 함께 있는 랄리타(인도)네나 어른 키의 3∼4배는 될 법한 선인장을 배경으로 한 포트로치노(멕시코)네 사진 등은 취학 전 아이들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만하다. 책 마지막 부분의 대한민국 편은 자녀와 함께 직접 채워 보시길.

과학그림동화 ‘토비아의 모험’ 시리즈처럼 자연환경적인 관점에서 지구 탐험을 시켜주는 책도 있다. 1·2권인 『펭귄 토비아 북극에 가다』『펭귄 토비아 아프리카에 가다』는 남극의 호기심 많은 펭귄이 지구 반대편인 북극과, 사막과 열대우림 등이 펼쳐져 있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여러 동물 친구들을 만나는 모험담이다. 이제 이 지구촌 사람들이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하게 할 차례. 일본의 한 비정부기구가 지뢰 철거 캠페인용으로 만든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I·II』에는 토끼 ‘써니’가 주인공으로 등장, 전세계 70여개국에 묻혀 있다는 대인지뢰의 심각성을 알리며 평화로운 지구를 만들자고 호소한다.

영문을 함께 실은 짤막한 동화체 글과 참혹한 현실을 환상적으로 승화시킨 그림이 아이들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보다 쉽게 다가서게 한다. 그럼 국제화는 이 땅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만 하는 걸까? 동화작가 윤수천씨의 새 동화집『까오 탕 아저씨, 힘내세요』의 표제작은 바로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의 이야기다. 고국의 가족을 위해 공장 사장의 모욕적인 대우를 참고 사는 까오 탕과, 그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소년. 공장 사장이 소년의 편지를 받고 잘못을 반성한다는 구성이 다소 단순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주변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훈훈한 동화다. 진정한 국제화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게 해주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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