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주민 공포떨때 군수는 고위층 마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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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기도연천군장남면원당리 주민 6백여명과 교회행사에 나섰던 중.고교생 70여명은 28일 오후까지도 흙탕물이 발끝에 차오르는마을회관에 갇혀 추위와 굶주림에 떨어야 했다.폭우로 고립된지 사흘째.그런데도 연천군재해대책본부측은 『17개 지역에 고립됐던주민 1백88명을 완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원당리 주민.학생들이 공포에 떨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던 그 순간 이중익(李重翼)연천군수는 하루내내 국무총리.내무장관.국방장관.신한국당대표등 중앙에서 내려온 고위층을 접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연천군 일대에 26일 이후 3일간 내린 비는 기상관측이래 최고기록인 6백87㎜.분명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물론 쏟아지는 폭우는 어쩔 수 없다.그렇지만 사후 재난관리는 사람과 관청의 몫이다.그러나 이 몫 을 제대로 한 관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북부지역에는 27일 새벽부터 기습폭우가 쏟아졌으나 연천군은 어이없게도 그 전날 밤 비상대기를 해제했고 대피경보는 이미차탄천이 범람한 후 울렸다.연천공설운동장에 고립된 초.중학생 70명은 구조요청을 했으나 구조대는 1시간후에야 도착했으며 간이수용소 주민들은 비상식수가 없어 생라면을 씹어야했다.
물론 폭우가 쏟아진 3일동안 경기도와 연천군 공무원들은 퇴근도 잊은채 구호품을 받아서 나눠주랴,피해상황을 집계하랴,도로복구.방역활동에 나서랴 세수도 제대로 못했다.
하지만 행정관청으로선 필수적인 인명피해 파악.구조장비 확보.
구호물자 비축등 재난관리엔 구멍이 뚫려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구멍난 재난관리가 줄일 수도 있었던 수해피해를 더욱 키운 것은 아닐까.수해만 나면 천재.인재(天災.人災)론이 엇갈리지만 대책없는 사후관리는 분명 인재(人災)다.
그리고 자율.효과적인 재난관리체계의 구축이야말로 「민선 지방자치」의 기본바탕일 것이다.
전익진 수도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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