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타고 다시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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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월가발 금융위기가 미국 대선판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위기 와중인 12∼17일 갤럽과 CBS방송, 뉴욕 타임스(NYT)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44%)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47%)에게 3%포인트 뒤졌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 매케인은 오바마에게 5.6%포인트 앞섰다. 다급해진 매케인은 18일 아이오와 유세에서 “집권하면 크리스토퍼 콕스 미 증권거래위원장을 경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콕스는 부시 대통령의 임명에는 헌신했지만 국민의 신뢰는 저버렸다”며 부시 행정부와도 각을 세웠다. 매케인은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15일에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은 튼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인의 평균적 인식과 동떨어진 황당한 진단”이라며 이 발언을 집중 공격한 오바마가 여론의 호응을 얻자 사흘 만에 강경 비판 어조로 돌아섰다. ‘페일린 효과’도 하강 분위기다. 16일 CBS방송과 NYT의 조사 결과 페일린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40%에 머물렀다.반면 비호감 비율은 8%포인트 늘어나 30%에 달했다.

AP통신은 페일린의 주지사 재직 시절 인사 전횡과 개인 e-메일 공무 사용 등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페일린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금융위기로 오바마는 공세, 매케인은 수세로 돌아섰다”며 “26일 개시될 TV토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치평론가 데이비드 거겐은 “오바마도 일부 금융위기 사안에선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등 허점을 보였다”며 “매케인과 오바마 중 누구도 경제에 전문성을 입증하지 못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NYT는 18일 “금융위기가 일단 오바마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매케인도 악성 부채 탕감 공사 창설을 제안하는 등 애쓰고 있다”며 속단은 이르다고 지적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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