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기 정확도 의심 혈액검사 원하는 운전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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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음주측정기는 못믿겠다.피를 뽑아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해달라.
』 경찰이 보유한 음주측정기를 믿지 않고 혈액채취를 통한 혈중알콜농도 측정을 요구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이같은 현상은 음주측정기가 정확하지 않아 실제수치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는 보도 이후 부쩍 심해져 지난해 한달 3~4건정도에 불과했던 국과수 혈액감정 의뢰 건수가 올들어선 평균 15건이 넘는다.
서울동대문구장안동에 사는 安모(42.여)씨는 19일 오후11시30분쯤 서울광진구중곡동에서 친구들을 만나 맥주 3잔을 마시고 차를 몰고가다 음주단속에 적발됐다.음주측정기를 들이대는 경찰관에게 安씨는 『술이 약한 체질이어서 음주측정기 를 이용하면음주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며 측정을 거부하고 『혈액 검사에 따른 혈중알콜농도로 처벌받겠다』고 요구,경찰관과 인근병원까지 동행해 피를 뽑았다.
경찰은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15일쯤 뒤에 나오는 결과에 따라 조치키로 하고 일단 귀가시켰다.
지난달 2일 음주단속에 걸린 南모(35)씨는 음주측정기의 혈중알콜농도가 0.109%로 나타나 면허취소처분됐다.그러나 소주2잔밖에 마시지 않았는데도 음주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이상히 여긴 南씨는 피검사를 요구,혈중알콜농도가 0.0 9%란 통보에따라 면허취소 아닌 1백일간의 면허정지를 받는데 그쳤다.
그러나 병원으로 이동하는동안 술이 조금이라도 깬다는 점을 이용하려는 음주운전자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혈액채취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대해 경찰관계자는 『시간벌기로 피검사를 요구하는 음주운전자가 늘고 있지만 음주로 적발된 뒤 혈액채취 시점까지 경과시간을 따로 기록해 관리하기 때문에 혈액채취가 더 유리한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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