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문화체험>아이네트96 참관기

인터네트와 관련된 최대의 국제 행사인 아이네트96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렸다.마침 몬트리올에서는 국제 재즈페스티벌이 열려 도시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인터네트(The Internet:Transforming Our Society Now)란 주제를 내건 이번 회의에는 세계 1백50여개국에서 3천여명의 네티즌이 참석했다.온라인으로만 만나온 네티즌들이 직접 얼굴을 맞댄연차 대회격인 이 회의에선 최근 1~2년간의 엄청난 인터네트 열풍을 반영하듯 인터네트가 몰고온 사회변동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이루어졌다.
총 여덟개의 트랙으로 진행된 이번 아이네트96은 기술이나 표준 문제등 인프라 위주의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네트워크의사회문화적 측면을 집중 조명했다.물론 한편에서는 인터네트 표준과 기술을 담당하는 IETF(Internet E ngineering Task Force)회의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고,사업 트랙에서는 인터네트를 활용해 돈을 벌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논의되고 있었다.
인터네트의 상업화.상품화를 주도하는 기업인들과 시민의 자율성.대안적 문화를 창조하려는 활동가들,그리고 인터네트 기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이 뒤범벅이 돼 몬트리올 컨벤션센터는 무척이나북적거렸다.엔지니어.기업인.활동가.교육자등 다양 한 직업의 전문가를 바라보면서 기술과 경제,그리고 문화의 관계를 다시 한번생각하게 되었다.
평소 인터네트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나는 인터네트의 사회적 측면을 다루는 「인터네트와 사회변동」이란트랙에 주로 참석했다.이 트랙에서는 인터네트를 사회운동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진보적 활동가와 학자들이 모여 열 띤 토론을 벌였다.실용성 위주의 다른 트랙 주제들에 비해 논쟁의 소지가 많은 분야여서 그런지 참석자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그 열기는 매우 높았다.
트랙별 주제발표 외에 특히 관심을 끈 대목은 총회에서 패널로발표된 「인터네트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주제였다.인터네트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엄청난 체증과 날로 심화되고 있는상업화가 인터네트의 미래를 위협하는 위험물로 지적됐다.인터네트의 체증 문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뤘던 반면 인터네트에 개입하는 정부 권력의 검열과 상업화 문제에 대해서는설득력 있는 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이에 대한 속시원한 대답은차라리 네티즌의 적극적인 참여 에 맡겨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와 생각을 전달하던 수많은 사람이 현실 세계의 공간에서 1년에 한번씩 만나 인터네트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네트96은 인터네트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그런데 인터네트 회의에서 사이 버 히피.
해커와 새로운 아나키스트를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그들은 네트속에 꼭꼭 숨어 이미 제도화된 현실세계의 인터네트 연차회의를비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리 곳곳에 가설된 무대에서 들려오는 재즈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공연과 시민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면서 현실 공동체의 뜨거움과 가상 공동체의 차가움 사이에 어떤 만남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되씹으며 발길을 숙소로 돌렸다.
인터네트 국제 학술대회이자 총회의 성격을 갖는 아이네트96이지난 6월25~2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렸다.
8개 주제별 트랙에서 1백여개의 발표가 이뤄진 이번 회의에서는 과거와 달리 인터네트가 우리 생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아이네트96 회의에 앞서 개발도상국의 네트워크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워크숍과 인터네트를 활용한 교육방안을 모색한 워크숍이 개최됐으며 인터네트 표준을 담당하는 IETF의 기술관련 회의도 함께 열렸다.
매년 6월말께 열리는 아이네트 회의는 내년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다.아이네트 행사를 주관하는 인터네트 소사이어티는 인터네트에 관한 협력과 조정을 담당하는 국제조직이다.91년에 창립된 인터네트 소사이어티는 1백8개국 5천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민간 비영리단체다.이 회의는 인터네트에 관심있는 네티즌이면 참가신청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백욱인 종합유선방송위연구위원.사회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