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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애들은 놀면서 크는 거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첫애를 지난해 3월 같이 출산한 친구가 전화를 했다.그런데 이 친구가 들뜬 목소리로 『얘,우리 딸은 치즈도 말하고 아이 더워도 말할 줄 안다!』 하며 난리다.이제 갓 돌이 지났는데 벌써 그런 말을 하나? 내 딸은 겨우 엄마.아빠 정도인데.나는내심 샘이 나서 『그래?좋겠다.걔 혹시 영재 아냐?』하며 부러워 했다 어떻게 교육시켰느냐고 묻자 모출판사의 육아용 학습교재를 29만원에 사서 한달에 2만5천원씩 주는 개인교습을 3개월시켰더니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
극성이라며 핀잔을 주긴 했지만 「우리애만 뒤처지면 어쩌나,친구딸은 벌써 영재처럼 두뇌개발을 해준다는데」하는 생각에 걱정이되었다. 「혹시나 우리 딸도 영재인데 부모가 소홀히 해 썩이면어쩌지.한번 시험해 볼까」하며 딸애에게 『소연아,이거 고양이야.야옹 야옹』하면서 고양이 그림을 가리켰다.
딸은 고양이 그림을 보더니 뭐라고 옹알거리기는 하는데 야옹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다른 장난감 가지러 가는 딸애를 다시 붙잡고 『야옹,야옹』하고 소리쳤지만 말똥말똥 엄마가 왜 저럴까 하는 얼굴로 쳐다보기만 한다.
억지로 그림을 보라고 얼굴을 잡자 딸애가 울음을 터뜨린다.화가 나 딸애를 옆으로 밀치고 씩씩거리며 앉아 있으니 딸이 기어와 『엄마,엄마』하면서 잉잉 거렸다.남편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쳐다보더니 『이제 돌 지난 애한테 왜 그래.이 리와 소연아』하며 딸애를 안아 주었다.딸은 계속 나를 쳐다보며 『엄마아』하며 운다.딸에게 손을 내미니 금세 기어와 품안으로 파고든다.
『소연아,미안해.엄마가 잘못했어.』남편은 『애들은 놀면서 커야지,억지로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그러더라.당 신은 극성이라니까』하며 비난한다.처음 딸애를 낳고 나서 딸의 교육에 나름대로 주관이 있었다.요즘 애들처럼 공부다,학원이다 하지 않고 즐겁게 놀면서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 생각은 잊어버리고 「몇살 때 피아노 학원에보낼까,속셈학원에는 언제 보내지」하며 궁리하곤 한다.언젠가 TV에서 애들은 저마다 개성이 있고 성장속도도 다르니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라는 어떤 박사의 조언이 생각난다 .「그래,내 주관대로 애를 교육시켜야지.애들은 놀면서 크는거야.」 『소연아,이리온.엄마와 놀자.』 이순영 전남목포시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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