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한·중 국민 갈등은 ‘성장통’ … 배려로 풀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중국 내 반한 정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수교 한 해 전인 1991년부터 중국에서 근무했던 필자도 베이징 올림픽 때 적잖이 놀랐으니 국내에서는 훨씬 더했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여러 면에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다. 우선 외국이라는 느낌이 강하지 않다. 긴장감 대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중국을 찾는 한국인이나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나 모두 같다. 문화적·정서적 동질감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다.

양국은 서로의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1만2000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찾았고, 4100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중국에 상주하는 한국인은 80만 명, 한국에 상주하는 중국인도 56만 명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서로 부대끼고 아옹다옹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양국 사이에 이런 기류가 흐르게 된 데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아프게 다가온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이웃나라 한국은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 든다고 중국인은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등 다른 외국에서는 할 수 없는 언행도 중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생각인 듯하다.

특히 한국이 처한 현실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분단의 현실 속에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전략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마치 강대국인 것처럼 착각하고 우월적 언행을 일삼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국인은 고난에 굴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인의 국민성을 높게 산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국민성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휘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중국은 분명 외국이다. 상주하는 주재원·유학생이나 여행객도 마찬가지다. ‘손님’과 ‘주인’이 뒤바뀐 것 같은 언행은 비단 중국뿐 아니라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삼가야 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내 반한 정서가 실제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의문이지만 어떤 이유에든 양국 관계가 소원해지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라지는 양국 국민 감정을 추스르려면 무엇보다 양국 지도자 간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야 한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중·일 관계가 풀린 것은 양국 최고지도자 간 만남과 소통 덕분이었다.

아울러 인터넷이 반한 감정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통로라는 점에서 양국 모두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사실이 또 있다. 한국에 상주하는 중국인에 대한 배려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생활하는 조선족 동포들이나 7만4000여 명의 중국 유학생을 친한파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한파 정도로 만들려면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필수적이다.

김동진 재중국 한국상회 고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