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남편 구속통보에 가보니 '딴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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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남거창군거창읍서변리 朴숙녀(47)씨는 지난달 15일 한통의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편지에는 6년전 가출한 남편 이세도(李世道.47)씨의 「구속통지서」가 동봉돼 있었다.
6월12일 전남영광군안마도 인근 해상에서 영진호에 탑승,조업중 선장을 폭행해 14일자로 구속돼 목포교도소에 수감됐다는 내용이었다.
朴씨는 90년9월 부부싸움 끝에 집을 나간뒤 전화 한번 없던남편이 야속했지만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교도소 면회실로 찾아간 가족들 앞에 자신을 『이세도』라고 밝히며 나타난 사람은 엉뚱한 인물.그 사람은 李씨의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심지어 83년 향군법 위반으로 10만원의 벌금을 문 사실까지 정확히 기억해 내며 끝까지 「 이세도」임을주장,가족들을 오히려 당황하게 했다.이같은 가짜 소동은 구속중인 朴문병(45.선원)씨가 완벽하게 「이세도」행세를 했기 때문. 구속중인 朴씨가 군산에 있는 「백승생직업안내소」를 찾은 것은 지난 5월초.『절도죄로 기소중지 상태여서 배를 못타니 도와달라』는 朴씨의 호소에 소개소측은 바로 李씨의 가족관계등 인적사항을 알려주고 이를 달달 외워「가짜 李씨」 행세를 하도록 도와주었다.가출후 떠돌이 생활을 하던 李씨가 마침 이 소개소에서식객생활을 하며 취업용으로 자신의 인적사항을 비치해 두고 있었기 때문.
이번 사건을 처리한 목포해양경찰서 담당형사는 『신분증은 없었지만 피의자가 「이세도」로 행세하고 선주.선원들도 「이세도」로진술을 해 그런줄 알았다』면서 『지문조회는 했으나 경찰청으로부터 회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李씨의 가족들은 『경찰이 정확한 지문조회만 했어도 가짜임이 밝혀졌을텐데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고 말했다.구속중인 朴씨는 16일 2차 면회를 온 李씨의 동생에게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고『경찰에서도 그냥 믿어주길래 이대로 이세도로 살 아가려고 했다』고 태연히 말했다.
한편 이 직업소개소 부근 여관에 투숙하고 있던 진짜 李씨는 17일 오후 6년만에 가족들과 만났다.
목포=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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