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공원 간이식당 윤길연씨 노인들에 무료 국수 자원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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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용두산 사랑의 국수집」.
용두산공원관리사무소에서 10여 떨어진 5호매점 옆에 마련된 1평 남짓한 크기의 간이식당.
오전10시30분쯤부터 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윤길연(尹吉娟.53.여.중구동광동)씨가 만들어 주는 국수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尹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89년8월부터. 『중구청으로부터 「상인 10여명이 국수 재료와 돈을 지원할테니 노인들에게 점심을 만들어줄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연락을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尹씨는 이후 토요일과 공휴일,날씨가 나쁜 날을 빼고는 하루도거르지 않고 자원봉사해왔다.국수와 재료비는 한달 평균 1백80만원 정도.모두 상인들이 대준다.
尹씨는 물론 구청에서도 이들 상인의 얼굴만 알뿐 무슨 장사를하는지 모른다.신분을 절대 드러내지 않아 구청에서조차 모를 정도다.尹씨는 『노인들이 「고맙다」며 사탕이나 자판기커피 한잔을빼다 줄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3년전에는 2백30여명이 찾았는데 얼마전부터 인근 공원에서도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곳이 생겨 요즘은 1백여명만온다』고 설명했다.공원을 4년째 찾고 있다는 金모(91.중구동광동)씨는 『아침겸 점심으로 먹는 국수인지라 尹 씨를 보지 못하는 날은 하루해 넘기기가 힘들다』고 말한다.1남1녀를 둔 尹씨는 『남편(58)과 자식들이 가끔 이 일에 대해 물어보면서 격려해줄 때 힘이 난다』고 웃는다.
부산=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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