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새 직업?방사선 예술가, 닥터 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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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정태섭 교수가 X-레이 촬영기 앞에서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주위에 있는 작품은 왼쪽부터 차례로 (New Heart) (You and Me) (Celebration)이다.(작은사진)정태섭 교수의 작품인 (Last leaf of Autumn) (Big Bang of Flower) (Window of Mind) (Sunflower) (Ginkgo in Autumn) (Wine-영혼)
일이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연세대학교 영동세브란스병원의 정태섭 교수는 일을 취미로 승화시켰다. 차가운 방사선에 온기를 불어넣는 남자, 세계 최초의 ‘X-레이 포토 아티스트’를 만났다.

X-레이 포토 아티스트, 정태섭 영상의학과 교수


학교 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정태섭(54) 교수. 그의 연구실 앞에는 칼라(Calla) 꽃을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정확하게는 X-레이로 촬영한 후 포토샵으로 색을 입힌 것.

드라마 <뉴 하트>의 김영희 교수(박광정 분)는 그를 모티프로 탄생한 캐릭터다. 드라마의 제목 역시 그의 작품에서 따왔다.1995년, 정 교수는 X-레이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 첫 작품을 필두로 그는 X-레이 사진을 예술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3차례 작품전까지 열었다. 그의 작품은 독특하다. 가령 고(故) 기형도 시인의 시에서 착상한 <입 속의 검은 잎>만 봐도 그렇다.

금속제 장미를 입에 문 얼굴을 X-레이로 촬영한 이 작품은 제목처럼 ‘입 속의 검은 잎’이 또렷이 나타나 있다. 일반 사진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이 느낌을 정 교수는 대단히 좋아한다.

때문일까? 그는 자신의 작품을 두고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살아 숨쉰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조만간 새로운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 것이라는 정 교수. 그의 취미이자 새 직업은 본업을 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글■김상진 월간중앙 기자 사진 / ■정치호 월간중앙 사진기자 (todeho@joongang.co.kr / kine3@joongang.co.kr)

[출처 : 월간중앙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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