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생각합니다>멀쩡한 가구.전자제품 싫증난다고 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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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저녁 뉴스 시간이었다.텔레비전 화면에 이런저런 가전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 매립장이 나왔다.그런데 거기에 쌓인 물건 대부분이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는 상태라는 취재기자의 설명이 있었다.뒤이어 서울 강남 소재 모 아파트의 쓰레기 집하장이 나왔는데 보기에도 멀쩡한 가구류와 가전제품류가 작은 동산을이루고 있었다.대개는 싫증난다는 이유로 버린 물건들이란다.한마디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선진국 가정에서는 윗대부터 내려온 몇십년,아니 몇 백년 묵은 가구나 생활용품을 오히려 자랑으로 여긴다고 들었다.그리고 더이상 필요없게 되었을 때도 벼룩시장에 들고나가 꼭 필요한 물건과 교환하거나 재활용품으로 넘길지언정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고 들었다.
하물며 지금은 국가경제가 심각한 국면에 이른 시점이다.치솟는물가와 수출둔화에 따른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그 어느 때보다 긴축해야할 때다.조금만 손보면 새것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이 마구 버려지고 또 무참히 분쇄되는 장면을 보며 「선진 국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없었다.
심수철〈대구시동구효목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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