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BS2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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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드라마는 인간탐구다」라는 명제가 성립한다면 군대는 그 자체가 훌륭한 드라마다.온갖 잡다한 인간군상의 「얘기」가 담겨있기때문이다.뿐만 아니다.걱정스런 마음에 잠자리를 뒤척이는 부모,허전함에 한숨쉬는 연인,입대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청년,그리고 이제 지난날을 되새김질하며 『그때 내가 말이야』하고 침을 튀기는 중.장년층 또한 군대와 연결돼 있다.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KBS-2TV 『신고합니다』(극본 이찬규.연출 김용규)의 인기는 우선 이런 다양한 계층의 호기심과 걱정,그리고 향수를 적절히 자극하고 어루만져주는데서 기인한다.
당초 남성들을 주 시청층으로 생각했지만 어거지 멜로와 불륜에식상한 주부.대학생들까지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구조도 탄탄하다.장교와 하사관과 사병이란 세 축을 중심으로 이들이 벌이는 인정가화와 갈등이 섬세하고 또 코믹하게 펼쳐지고있다.여기에 여군중위 윤영시를 비롯해 푼수작부 이혜영,말괄량이김소연등이 이루는 삼각관계도 점점 얘기의 중심 으로 옮겨지며 맛깔스러움을 예고하고 있다.
양념역할을 하는 독특한 조연들이 많다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장점.『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권해효.박광정.조형기의 팀워크는 재미를 더하고 있으며 「빛나는 조역」 최종원을 비롯해 할머니 역의 김지영,이밖에 신인 병사들의 때묻지 않은 연기 하나하나가 극을 잘 받쳐주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이는 미덕은 이야기를 조급하지 않게 풀어나간다는 것이다.각본을 위해 공모한 군대생활 수기가 1천6백여건에 이르지만 그 에피소드들을 왈칵 쏟아내지 않고 여기서 조금,저기서 살짝 보여주며 시청자를 감질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단막성 코믹 에피소드에 함몰되려는 위태로운 장면이 때때로 보이는 것은 극의 맥을 단절시키는 느낌을 줘 아쉽다.
『배달의 기수』류의 홍보물이나 『동작 그만』류의 코미디로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인간탐구」에 접근하는 것.그것만이『신고합니다』가 훌륭한 드라마로 「신고」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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