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양이의 반등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호 28면

모처럼 주가가 5% 넘게 뛴 날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기관에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투신권은 기다렸던 주식 매수 단비를 뿌렸다. 9월 경제위기설도 흐지부지 꼬리를 내렸다. 이번 주 한가위를 앞두고 쏟아진 선물에 투자자들이 모처럼 웃었다.

하지만 속살을 까보면 풍성한 만월(滿月) 정취를 만끽하기엔 이르다. 코스피지수는 1400 선에서 방어진지를 구축했지만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여전히 매도 방망이를 휘두르고, 연기금과 개인만이 외롭게 수비에 나선 형국이다. 중앙SUNDAY는 전주에 ‘탐욕과 공포 지수’를 통해 바닥권이 가까웠음을 짚었다. 마침 주가는 상승했다.

그러나 의미 있는 반등이 나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월가에서 쓰는 말에 ‘죽은 고양이의 반등(Dead cat bounce)’이란 게 있다. 숨진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반동의 힘으로 잠깐 튀어오른다는 것이다. 주가가 한 차례 폭락하고 나면 기술적으로 잠시 튀어오르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주가 오름세는 이런 반등일까, 아니면 본격적인 추세 전환일까.

떨어지는 고양이가 얼마나 튈지 짚어 보려면 숨이 끊어졌는지, 중상을 입었는지, 쌩쌩한 녀석인지 알아 보는 게 먼저다. 그렇다면 가시지 않은 국내 경기침체 우려, 미국의 주택·신용위기, 중국과 인도·러시아 시장의 위축, 기업 빚 때문에 힘겨워하는 유럽은 뭔가. 사망까진 아니어도 아직 입원실에서 퇴원할 수준도 아니라는 증거들이다.

완전히 걷히지 않은 국내외 악재를 볼 때 주가 바닥을 다지는 데 인내가 필요한데도 일부 투자자는 성급하게 추세가 돌아섰다고 잘못된 확증을 한다. 주가가 5% 급등한 이튿날부터 개인들이 연이어 수천억원씩 순매수에 뛰어든 게 좋은 예다. 지난해 가을 ‘펀드 광풍’을 퍼뜨렸던 바이러스는 탐욕이었다. ‘A펀드가 대박난다’‘B국가가 꿀단지다’ 같은 ‘카더라 통신’과 군중심리에 휩쓸려 앞뒤 안 재고 돈을 넣은 투자자가 많았다. 거품의 꼭대기에서 발동한 탐욕은 바닥에서도 되살아난다. 의미 있는 반등까지 좀 더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주엔 ‘중국 시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상하이 증시가 어느덧 2000 선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올 들어 60% 빠졌다. 고점이었던 지난해 가을 6000 선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이 났다. 화려한 올림픽으로 국가적 자부심이 한껏 높아졌지만, 기업 실적은 점점 곯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래저래 나라 안팎을 보면 풍년가 흥을 돋우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마음만은 느긋하게 가져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제대로 보이고 대처법을 잘 짤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