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 2700만 달러 수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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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류거품붕괴론’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이 지난 3~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08’에서 국내 방송프로그램 수출 실적이 역대 최고액인 2700만달러(약 3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1600만달러 대비 69% 증가한 실적이다. 올해로 8회째인 BCWW 2008에는 전세계 45개국, 160개 업체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방송사업자 별로는 지상파가 2290만 달러, 비지상파가 41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상파에서는 KBS ‘바람의 나라’,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덴의 동쪽’, SBS ‘바람의 화원’‘타짜’‘신의 저울’‘워킹맘’ 등 최신작들이 대거 팔렸다. 비지상파에서는 ‘쩐의 전쟁’(CJ미디어), ‘꽃보다 남자’(그룹에이트) 등이 팔렸다.

KBI측은 이처럼 제작·방영이 완료되지 않은 프로그램 선판매가 많은 것을 올해의 특징으로 꼽았다. 대작의 경우 선구매를 통해 가급적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경향으로 풀이된다. 아직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신뢰가 존재한다는 얘기도 된다. 전통적으로 최다 수출국인 일본의 경우 구매량이 지난 해 보다 늘었고, 중화권 진출을 위한 교두보 격인 대만은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한류의 ‘서진(西進)’현상도 눈에 띈다. 아시아권 일색에서 중동 및 유럽 지역의 바이어의 참여가 크게 늘어났다. 중동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의 종교·사회적 관념과 상충되지 않는 순수한 로맨틱 드라마에 대한 구매가 두드러졌다.

KBI는 “여전히 드라마 수출이 전체의 90% 가량”이라며 “장르별 편중 현상의 극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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