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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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길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강당 260여 석은 소리소문없이 만석을 이룬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 강연을 찾는 청중이다. 이 인문강좌는 지난해 10월 시작해 이번 김영식 교수 강연까지 10명의 석학이 5차례씩 강연을 했다. 플라톤의 『국가』를 텍스트로 삼는 등 강의 수준이 만만치 않았지만 지난달까지 연인원 1만400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인문강좌는 학계 인사나 전공 학도들만 모이는 학술 강연이 아니다. 학진 측이 매 강연 뒤에 집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번 청중의 3분의 2가량은 일반 직장인, 사업가, 주부 등으로 채워졌다. 직업 일선에서 은퇴한 노년층도 눈에 많이 띄었다. 학계·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전문 지식인’이 아닌 대중 속의 숨어 있던 다양한 배경의 지성인들이 모이는 자리인 셈이다.

성태용 학진 인문학 단장은 “상당히 전문적 내용의 강의였는데 청중의 지속적 관심에 사실 놀랐다”며 “인문학이 스스로를 전달하는 방식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대중은 스스로 이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좌의 경험이 수년간 쌓이면 ‘인문 한국’의 문화 브랜드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인문강좌는 추석 연휴엔 휴강하며 다음달 4일로 1기 강좌 1년을 마친다. 석학 10명의 1기 강좌에서 다뤄진 내용은 학자별로 내용을 보충해 10권의 총서로 나온다. 다음달 11일엔 조순 전 경제부총리,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특별 강연이 예정돼 있다. 인문강좌 1기 마무리와 2기 출범을 알리는 자리다. 2기 인문강좌는 다음달 18일부터(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다시 1년간의 대장정에 나선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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