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최강 기업’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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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 증시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주가가 급등락하는 일이 잦아진 데다 경제성장 기대감도 함께 약화하고 있어서다. 형편이 좋을 때는 빠르게 덩치를 키우는 기업이 각광받지만 어려울 때 살아남는 것은 역시 1등 기업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아는 선두 기업은 이미 해당 요소가 주가에 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 ‘중소형 최강 기업’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지배자가 승리=한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은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탄다. 불경기를 버티지 못하고 경쟁자들이 무너질 때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가격 협상력이 세기 때문에 원자재 값이 올라도 제품 가격에 떠넘기기 쉬운 것도 강점이다. 일단 세계시장에서 ‘최강 기업’으로 인정받으면 주가에 프리미엄까지 붙는다. 숫자상으로 1등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03년 이후 세계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경쟁자들에 비해 주가 흐름이 좋았다. 시장 지배자가 되면 자국 경기가 꺾여도 타격이 적다. 전 세계 ‘게터(불순 가스를 없애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제품)’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한 중소기업은 지난해 이후 자국 성장률이 내리막으로 돌았지만 주당순이익(EPS)이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흙 속의 진주 찾아라=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100여 개다. 대우증권이 각 분야의 세계 1~3위, 국내 1~2위 경쟁력을 갖춘 중소업체 24개를 뽑아 2006년 6월 이후 코스피지수 흐름과 비교해 봤더니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았다. 코텍은 세계 1위의 카지노 게임기용 모니터 회사다. 세계 카지노 게임기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IGT사의 필요 물량 가운데 70%를 댄다. 키움증권 김병기 연구원은 “카지노업의 속성상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최근 세계적으로 제품 교체 주기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영엠텍은 대형 선박 부품인 ‘메인베어링서포트(MBS)’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이오테크닉스(반도체 장비)·아모텍(휴대전화 부품)·디아이(반도체 검사 장비) 등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중소형주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덩치 큰 대형주보다 주가 변동성이 크다. 지난달 이후 주가를 봐도 이들 기업 주가가 코스피지수보다 더 빠르게 빠지기 시작했다. 하락장에선 기관투자가들이 유망 중소형주보다는 안정적인 대형주를 주로 사들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중소형주는 너무 많은 종목을 가지고 있으면 시장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보유 종목을 철저히 분석한 뒤 숫자를 줄이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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