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의 復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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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대국회가 뒤늦게 공식출범하는 모습은 한편 안도와 한편 착잡한 심정을 동시에 갖게 한다.늦긴 했지만 그래도 이젠 국회가정상궤도에 들어서게 됐다는 점에선 안도하게 되고,바로 엊그제까지 지속된 치졸한 정쟁(政爭)이 또 언제 재발할 지 모르는 정치상황을 생각하면 착잡한 심정 역시 거두기 힘들다.
여야는 국민적 축복속에 열려야 할 개원식이 국민의 무관심과 냉랭한 시선속에 요식적(要式的)으로 치러지는 사실 자체를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생각을 바꿔 참석한것은 그나마 개원식의 모양을 위해 잘 된 일이다 .이제부터 국회가 할 일이나 내년 대선까지의 정치상황을 생각하면 여야 정치권이 지금까지의 정쟁을 반성하고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무엇 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정치의 복원(復元)」이다.그동안 보인 여야의 정치는 실은 정치가 아니라 권력게임이었다.이기느냐 지느냐,누가 더 갖고 누가 덜 갖느냐의싸움이었을 뿐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통상적 의미의 정치는 그동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제 국회를 가동하게 된 이상 여야는 통상적 의미의 정치를 되살려야 한다.그러자면 우선 여야가 서로 상대방을 실체로 인정해야 한다.그런 상호인정의 바탕위에 갈등과 이견을 조 정하는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그렇지 않고 상대를 말살대상으로만 볼 경우 15대국회는 개원전의 정쟁이상으로 여야대결장밖에 안될 것이다.
그리고 여야가 자기 또는 자기세력만의 이익에 집착해서는 정치가 복원될 수 없다.사회의 각종 갈등,나라의 온갖 문제들을 정치권에 끌어들여 논의.조정.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정치가 살아날수 있다.이런 최소한의 정치나마 복원되지 않고는 말 그대로 정치대란 때문에 선진국도,21세기비전도 우리에겐 암담해질 것이다. 개원식에서 金대통령은 시의에 맞는 필요한 지적을 많이 했다.이어 각당 대표들도 줄줄이 나서 역시 좋은 말을 쏟아놓을게 틀림 없다.그러나 연설만으론 충분하지 않다.여야간에,또 정치권과 사회간에 진정한 의미의 정치기능을 행동으로 되살 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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