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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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조가 정형시임은 분명한 사실이다.그러나 3장6구,형식에 얽매이다보면 시조는 있되 시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시조는 음악(唱)을 바탕으로 하지만 오늘의 시조는 읽는 것(詩)을 기준으로 하므로 오늘의 시조에는 상징과 비유,그리고 투명한 이미지가 형식 못지않게 중요하게 됐다.70년대 이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자 시조단 일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애써 부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투고자 여러분은 맹목적인 형식주의가현대시조 창작을 크게 그르치고 있다 는 사실에 유의해주기 바란다.그것은 오늘의 시조는 다름아닌 오늘의 시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장원으로 뽑힌 우은숙(禹銀淑)씨의 『물보라』는 정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안정된 정서,그리고 탄탄한 구성이 돋보였다.투고된 다른 작품 역시 같은 수준이어서 앞으로 시조단의 좋은 시인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
이달에는 동시조 한편을 차상으로 뽑는다.최근들어 각급 학교에서 동시조 창작이 활발해지고,여러 동아리가 생기는 것은 정형에담는 동심의 세계가 그만큼 맑고 아름답기 때문이다.김학근씨의 노력을 기대한다.차하에 머무른 정동현씨의 『6월 』은 정돈된 이미지에 믿음이 갔다.지난달 입선에 이어 이 분의 노력이 두드러져 보인다.변현진씨의 여러 작품중 『신록』을 택했다.대부분 작품들이 종장 3,5,4,3정형률에서 벗어나는 것이 안타깝다.
김정해씨의 『연안에서』는 시어끼리의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 조금손을 보았다.그러나 이 분은 다른 분에 비해 능숙한 종장처리가다음 작품을 기대케한다.김명호씨의 『묘(墓)』는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단수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다는 점이 주목됐다.소재와 시어 선택만 유의 한다면 좋은 작품을 쓸 것같다.
〈심사위원:윤금초.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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