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재선출? 새 인물 추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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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막 순타라웻 총리가 재임 중 TV 요리쇼 출연과 관련해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태국 정정이 더 혼미해지고 있다. 사막 이후 누가 총리가 된다 해도 현재 친·반정부 세력으로 양분된 정국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아서다.

◆사막 재선출 가능성=현지 정치분석가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우선 사막 총리의 복귀다. 가능성은 있지만 새로운 내각이 져야 할 부담이 너무 커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원은 12일 새 총리를 선출한다. 전체 469석 중 연정 6개 당이 306석, 야당인 민주당이 163석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연정 6개 당이 합의한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6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정의 중심당인 ‘국민의 힘(PPP)’은 10일 비상 의원총회을 열어 차기 총리 후보 선출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에 앞서 8일엔 PPP 의원들이 사막 총리에 대해 충성을 맹세했다. 이튿날인 9일에는 쿠텝 사이크라장 PPP 대변인이 “유죄 결정에도 당은 사막이 총리직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사막의 재등장은 당장 합법성과 정통성 시비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큰 데다 반정부 시위대의 거센 반발을 야기할 게 분명해 정국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방콕 부시장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항소심이 25일로 예정돼 있어 사막은 총리에 재선출된다 해도 다시 자격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안론 급부상=이 때문에 이날 PPP 의원총회에서는 사막 대안론이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막의 리더십과 당내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그의 재선출 이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현재 PPP 내에서는 솜퐁 아몬위앗 법무, 수라퐁 수엡옹리 부총리 겸 재무, 솜차이 옹사왓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총리에 선출될 경우 당 장악력은 사막 때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PPP에 대한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제3당 후보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정 내 제3당인 찻타이의 반한 실라파-아차 총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본인은 고사하고 있다. 찻타이당의 의석은 34석에 불과해 그가 총리가 된다 해도 223석을 가진 PPP가 사실상 정국을 주도해 허수아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PPP를 제외한 연정 5개 당이 파트너를 바꿔 야당과 연합할 수도 있다.

◆거국내각 구성=마지막으로 정국안정을 위해 거국내각이 구성될 수도 있다. 즉 친·반정부 세력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범민주세력을 아우르는 내각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물론 전제는 여야는 물론이고 반정부 시위 주도세력이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이 경우 모든 정당이 각자 총리 후보를 내고 PAD를 비롯한 재야에서는 범국민후보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후보 난립으로 총리선출은 상당기간 난항을 거듭할 가능성이 있다. 국립발전행정연구소의 솜밧 참롱탄웅 소장은 “정치권이 정국혼란을 수습한다는 대국적 견지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후보를 총리로 선출하지 않는 이상 비상사태로 인한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교민들 비상=대부분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3만여 명의 태국 교민 사회가 정정불안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이달 2일 방콕 일원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한국 정부가 태국을 여행자제국으로 지정하면서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방콕 한인타운 내 수쿰빗 플라자에 있는 식당과 선물 가게, 미장원 등의 매출은 크게 줄었다. 방콕의 재태국 한인회 전용창 회장은 “교민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300여 개에 달하던 현지 여행사는 태국과 한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계속 줄다 최근 정정불안이 계속되면서 현재 50개만 남았다. 한때 2000여 명에 달했던 태국 내 한국인 여행가이드는 800여 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절반 이상이 이미 한국으로 귀국한 상태다. 전 회장은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태국의 경우 시위가 한국처럼 과격하지 않고 일정 지역에서만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행자제 지역을 제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콕=최형규 특파원

태국 새 총리 누가 될까

▶사막 순타라웻 전 총리 재선출
-6개 연정 재추대 가능성  -합법성과 정통성 시비 부담
-시위대 거세게 반발할 듯

▶연정 주도 정당인 PPP 내에서 새 인물 추대
-당 장악력은 사막보다 떨어질 듯

▶제3당에서 총리 선출
-PPP 반대 시위 고려  -실권 없는 총리될 가능성

▶거국내각 구성
-친·반정부 세력 타협  -후보 난립으로 혼란 계속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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