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집권2期러시아의선택>上.공산망령 추방 개혁지속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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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혁의 지속과 공산주의 회귀위험의 분쇄.」 러시아의 언론들은 4일 결선투표 상황을 보도하면서 이번 선거에 나타난 러시아국민들의 의지를 이같이 표현했다.
에밀 페인 대통령 정치고문의 말대로 개혁파들은 『예상보다 높았던 투표율과 예상보다 높은 압도적 표차』를 『신이 러시아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고 『이제 러시아는 확고한 개혁의기반과 공산회귀라는 망령을 떨쳐낼수 있게됐다』고 감격했다.
결국 옐친은 91년 러시아 연방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처럼 강력한 개혁을 지속할 근거를 확보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옐친은 지난 1년여동안 홍수처럼 터져나왔던 많은 비판을 물리치고 개혁드라이브를 지속할 여유를 갖게됐다.
옐친의 승리는 또 러시아를 서구 민주사회로 더욱 깊숙이 통합하고 공산주의와는 완전결별하게 만드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다.
개혁지속을 선택한 러시아유권자의 뜻은 공산당에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곤혹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총선과 대선 1차투표를 통해 많은 유권자들이개혁을 반대한 공산당에 힘을 보태줬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공산당이 국가의 앞날을 결정할 권리를 위임받기엔 역부족이며 단순한 비판세력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주고 있기 때 문이다.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공산당이 이처럼 비판세력으로 「전락」한 사태는 공산당에 후유증을 안겨주게될 것이다.
패배의 책임소재에 따른 내홍(內訌)이 첫번째다.
가뜩이나 주가노프는 내부의 극좌 공산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받고있어 패배로 인해 위상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위원회의 사타로프 고문은 『공산당내 일부세력은 잊혀지게될 것』이라며 주가노프의 침몰도 가능한 시나리오임을 시사하고 있다. ***비판세력으로 전락 집권실패는 공산당의 진로에도 심각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2차에 걸친 투표에서 줄곧 지지표를 던져준 노년층들은 차기대선이 있을 2000년대에는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소멸하느냐,지지층을 새로 형성하느냐가 긴급과제로 등장할것이며 이는 공산당의 변신과 관계되는 부분이어서 해결책이 쉽지않을 것이다.
밖에서는 옐친대통령의 공산당흔들기가 기다리고 있다.
먼저 「국민화합」명목으로 옐친정부가 새로운 내각을 만들 때 공산당내 인물을 정부에 기용하겠다는 추파를 던지거나,현재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를 친정부로 돌려놓기 위해 불가피한 의회내 공산당허물기가 시작되면 흔들리지 않을수 없다 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위해 주가노프가 대선에서의 선거부정등을 이유로강경투쟁으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미 선거로 선택된 국민의 뜻을 거스르기엔 힘의 한계가 명확할 것이다.
이때문에 공산당은 옐친의 정책에 따라 몰락의 시간표를 짜게될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잘 알고있는 옐친대통령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개혁을 완수하고 공산당을 흔들어댈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다음은 「신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싣습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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