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이슬람 - 기독교 유혈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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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쿠섬에서 28일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간의 유혈 충돌이 나흘째 계속됐다. 수도 암본의 기독교도 거주 지역에서 이날 아침 여러 차례의 폭발음과 산발적인 총성이 들렸으며, 무장 괴한들 간의 교전이 수시간 동안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22세의 청년 한명이 숨지고 이슬람교도 아홉명 등 모두 13명이 부상했다. 나사렛 장로교회 한 곳과 기독교 주민 거주 주택 여러 채도 이슬람교도들의 공격으로 파손됐다. 나흘간의 충돌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25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이번 충돌사태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인도네시아 군.경은 현지 상가나 은행 등이 모두 문을 닫은 가운데 주요 지역에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암본시 경찰청의 밤방 수트리스노 서장은 "치안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동남아의 이슬람 무장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야'(JI)가 이번 충돌에 가담한 사실도 확인됐다. 현지 언론들은 "1999년부터 3년간 계속되면서 9000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종교 간 유혈 충돌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말루쿠섬에는 기독교도들이 주로 거주했으나 수하르토 정권이 70년대부터 반(反)이슬람 정서를 희석시키기 위해 이슬람교도들을 이주시켰다. 현재 말루쿠 인구 200만명 가운데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율은 엇비슷하다.

기독교도들은 "이슬람교도들이 국가의 비호를 받으면서 공직과 상권을 장악하고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빼앗아 왔다"고 불평해왔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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