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에 한발 다가선 김대중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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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내각제 개헌으로 한발 더 나갔다.金총재는 2일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강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동문회 초청 특강에서 『다음 정권은 16대 국회전 2년동안 거국내각을 구성해 건국후 50 년간의 적폐(積弊)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이 말은 다른 당과 연대해집권하더라도 2년동안만 연대하고 그 뒤에는 제 갈 길로 가자는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그러나 金총재와 가까운 측근들의 얘기를들으면 상당히 복잡한 복선을 깔고 있다.
金총재 측근인 설훈(薛勳)부대변인은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15대 국회는 대통령제를 주장한 정당이 다수를 차지했으므로 개헌을 할 명분이 없다』며 『그러니 16대 총선에서 내각제를 걸고 과반수를 차지할 경우 곧 바로 내각제를 하겠 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다음 대통령 선거때 이를 공약으로 내세울 생각이란 것이다.다른 한 측근도 『金총재가 자민련을 겨냥해 이런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15대 국회 임기내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김대중총재는 15대 국회는 개헌할 자격이 없다고 말해왔다.두 사람 사이의 이 이견(異見)을 16대 총선과개헌 동시 실시란 방법으로 해소함으로써 연대의 끈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대중총재는 또 『거국 내각에는 신한국당과 자민련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金총재 측근들은 대선 필승 방안은 자민련의충청세력뿐 아니라 김영삼(金泳三)정권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대구-경북(TK)세력도 끌어들여야 한다고 얘기 해 왔다.신한국당내 내각제 선호 TK세력을 끌어들이는 구체적 방안으로 내각제를 제시한 것이다.
「2년간 거국내각」주장속엔 반 김대중 정서가 강한 지역의 유권자들을 안심시키고 유인하려는 노림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金총재의 한 측근은 『2년동안 지역 차별의 적폐만 해소하겠다면 金총재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도 「한번 맡겨보자」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金총재는 화두(話頭)를 던진 데 불과하다.그러나 점차 구체성을 띠어가는 집권 구상은 대선을 겨냥한 국민회의-자민련간의 공조 논의에 속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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