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루스 스프링스틴 안치환 민중가수서 록스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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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소/인간에 대한 사랑의 길로/무엇이 바뀌고 변하였소/그 누가 대답해 주오/살고 싶소 당당하게…』(『당당하게』중에서).
지금의 안치환에게 「민중가수」란 수식어는 썩 어울리는 표현이아니다.꼭 끼는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를 헤집고 다니며 거친 목소리를 토해내는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대중 록가수」에 가깝다.어떤 이는 「한국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란 비 유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93년 세번째 음반 『고백』을 내기전까지 그는 노래운동권이 배출한 당대 최고의 민중가수였다.80년대 중.후반의 대표적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잠들지 않는 남도』『마른잎 다시 살아나』『철의 노동자』등은 「장영준」이 란 가명을 썼던 안치환이 만들고 직접 불렀던 노래들이다.
그는 90년대의 시작과 함께 제도권으로 들어왔고 현장성.역사성의 색채가 옅어진 대신 섬세하고 진솔한 인간적 고백이 담긴 노래들로 3집을 채우면서 변화를 예고했다.그리고 지난해 7월 발표한 4집에서 그는 과감하게도 록가수로의 변신을 시도했다.1년이 지난 지금의 대차대조표는 그 변신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안치환이란 이름은 올해초 숨진 고 김광석의 뒤를 잇는 라이브 공연의 대명사가 된지 이미 오래다.
한때 그에게 쏟아지던 「변절」이란 비난이 지금 잠잠해진 것은제도권 진입 후의 음악이 여전히 치열하고 건강한 것이었기 때문이다.가령 그가 공연장에서 가장 즐겨 부르는 『당당하게』는 80년대 세대의 일원인 그가 변화의 연대 90년대 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나약함을 씻고 당당하게 살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노래다.한동안 국내 문단에 유행했던 「후일담 문학」에 비유할만하지만 현실에 대한 절망과 지나간 시절에 대한 회고에 그치지 않고 새롭게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건강한 정서를 담고 있다.
-노래운동을 떠나 가요계로 뛰어든 이유는.
『80년대의 운동가요는 냉정하게 따지자면 메시지 전달에만 치중했고 음악적 수준은 떨어지는 것이었다.시대가 바뀌고 대중의 요구도 변화한만큼 나의 노래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포크음악을 하다 하필이면 록음악이란 장르를 택한 이유는.
『포크는 지식인적 성향이 강한 반면 록은 노동자의 음악에 가깝다.가만히 서서 부르는 노래에 나 자신도 무척 답답함을 느꼈고 삶을 보다 더 직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새 음반 녹음계획은.
『80년대 초반 대학가에서 구전되던 노래중 좋은 곡이 많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양성우 시),「새」(김지하 시)등인데 이런 노래들을 음반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서울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가끔씩 이마에 주름살을 지어가며 시종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했다.그의 모습을 알아본 팬들의 사인요청에응해 자기이름 밑에다 「당당하게」라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고 살기좋게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그의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은듯 하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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