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퓨전재즈 그룹 '빛과 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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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절친한 벗을 일컬어 지음(知音)이라 부른다.중국 춘추전국시대거문고 명인 백아(伯牙)가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죽은 다음 『이젠 내 음악을 알아 주는 자가 없다』고 탄식하며 거문고줄을 끊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90년대 중반의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백아와 종자기가 있다.퓨전재즈 그룹 빛과 소금에서 베이스를 뜯는 장기호(35)와 건반을 두드리는 박성식(35).
『서울 후암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단짝이었어요.군복무도 군홍보단에서 함께 하며 악기를 익혔죠.』 두사람은 제대후 고 김현식의 백밴드에 들어간다.『비처럼 음악처럼』이 들어있는 김현식의3집(86년) 표지에서 더벅머리 모습의 두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당시 4인조였던 이 백밴드는 김종진(기타).전태관(드럼)의그룹 봄 여름 가을 겨울과 장기호.박성식이 결성한 빛과 소금으로 나눠졌다.
90년 드라마 삽입곡 『샴푸의 요정』을 히트시키며 데뷔한 빛과 소금은 94년까지 4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음악을 하면 할수록 궁금한 게 너무나 많아 견딜 수 없었다』는 장기호는 지난해 1월 박성식을 남겨놓고 훌쩍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나 재즈이론 공부에 열중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음악적 동반자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연초에 발표한 다섯번째 음반은 장기호의 방학기간에 박성식이 보스턴까지 날아가 함께 녹음한 음반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음악이라 해서 수록곡중 『슬픈 노래』가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이 음반의 백미는 마지막 곡인 『날개짓』을 비롯한 세곡의 연주곡에 있다.
이번에는 또 장기호가 박성식을 만나러 서울로 날아왔다.2년만의 공연을 위해서다.두사람은 다음달 2일부터 7일까지 서울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갖게 될 공연연습에 여념이 없다.
이번 무대에서는 5집 신곡과 함께 『샴푸의 요정』『진한 커피의 야상곡』등 예전의 히트곡들을 연주한다.(02)593-0404.
글=예영준,사진=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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