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SBS '도시남녀'서 변신성공 조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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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서른을 훌쩍 넘어도 마냥 소년같은 미소를 짓는 남자.
SBS드라마 『재즈』에서 「바다」의 푸른 이미지로 다가왔던 조민기가 『도시남녀』에서는 비밀스런 회색을 지닌 「진하」로 작은 변신에 성공했다.
90년 『사의 찬미』에서 가족들밖에 기억못하는 단역으로 연예활동을 시작한 그는 6년만에 빛을 본 늦깎이.
그래도 『적당한 때 각광받은 것같다.20대라면 이 정도 깊이의 연기도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데뷔를 너무 일찍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조민기가 이런 겸손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청주대 연극영화과시절 연극판을 기웃거리며 「포스터맨」부터 시작,연예판의 어려움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
『영락없는 딴따라인가 봐요.여자도 아닌데 분장실에서 폴폴 풍기는 분냄새가 너무 좋았어요』라며 장난스레 웃는다.
조민기라는 이름 석자가 시청자들의 눈에 익기 시작한 것은 MBC 『TV시티』의 AD역할.진짜 AD출신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그 당시 저를 보면 브라운관에 떠있다는 느낌이 들어요.이제야 겨우 튀지않고 브라운관에 젖어든 것 같아요』라고자신의 연기를 평한다.
선량해 보이는 두눈 뒤로 앞으로 매년 연극 한편을 꼭 하겠다는 각오가 보일 만큼 연기 욕심이 보통 아니다.
5~6편 정도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와 있지만 아직 욕심나는 배역은 없다.
사실 주연급의 첫영화 『첫사랑』은 보름만에 간판을 내렸다.TV에서 실력을 쌓고 영화에 재도전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때.
그동안 어찌나 열심히 했던지 지난 5월말에는 결국 급성간염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2주만에 홀쭉해진 얼굴이 별것 아니라며 「씩」 웃어버리고 연기이야기에 열심인 모습은 차라리 감동스럽다.
나이가 들면 닉 놀티가 지닌 중년의 매력과 앤서니 홉킨스의 깊이를 갖고 싶다는 조민기에게는 조급한 구석을 찾을 수 없다.
이제야 인정받는 것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앞으로 연기인생을 펼칠 날들이 연기자로 살아온 날들보다 많을것을 그는 확신하기 때문이다.
글=홍수현.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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