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귀순 한달 이철수대위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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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쟁이 나면 제 임무는 백령도의 탐지기와 수원비행장을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나름대로 연구도 많이 했고 철저한 훈련탓인지수원비행장에 착륙할 때 별로 낯선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미그19기를 몰고 남한에 귀순한지 한달남짓한 북한공군출신 이철수대위는 북한군의 전쟁준비를 이렇게 대신했다.
서울에서 30회 생일(21일)을 맞은 그는 한국공군에 남기를희망하고 있다.그동안 달동네 집의 냉장고까지 직접 들여다보고 록카페에서 우리 젊은이들과 어울려 춤까지 춰봤다.
이런 그는 자신이 귀순할 때 경보사이렌이 울리지 않은 사실을들었다면서 『서울사람들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또『북한의 조종사들은 쉴새없이 중국제 조종연습틀을 타고 훈련하기때문에 비행시간이 부족하다고 우습게 보다간 큰 코를 다칠 것이다.F-4나 F-5는 베트남전쟁에서 미그17한테도 무수히 떨어졌던 기종이기 때문에 북한의 미그19기 조종사들은 이들 기종에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조종사들은 90년12월 김정일의 특각이 있던 원산시내를 피해 바다쪽으로 기수를 돌리다 추락사한 「길영조 영웅」을 본받아 「사격으로 안되면 육탄으로라도 공격한다」는 맹세문을 김정일에게 올리는등 전쟁준비에 혈안이 돼 있는 반면 남 한시민들은 전쟁준비에는 전혀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아 북을 버리고 넘어온 자신이 매우 불안하다는 것이다.지난해 남한에서 보낸 쌀도 먹어봤다는 그는 『남한이 보내줬다는 쌀은 길쭉한데다 물기가 없고 기름기도 없어 한그릇을 다 먹어도 3시 간이 채 되지 않아 배가 고팠다.요즘 서울에서 먹는 밥하고는 모양이나 질이 전혀 달랐다』며 북한당국이 안남미를 남한쌀로 속여 보급함으로써 군인들에게 남한에 대한 우월감을 심어주려 한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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