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덕에 활동적인 전문가 이미지가 살아난다는 말을 듣고 있어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도 풍기죠.”
국내에 진출한 고가의 남성 시계 브랜드. 왼쪽부터 코를로프 판타즘, 줄스 오데마 콤플리케이션, 로저드뷔 엘스칼리버 크로노그라프, 바셰론 콘스탄틴 스켈리턴. [중앙포토]
고급 시계가 요즘 한국 남성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패션디자인스쿨인 에스모드서울의 홍인수 교수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이르면서 남성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요즘 국내에서 시계가 대표적인 남성 액세서리로 등장한 것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간호섭(패션디자인학) 교수는 “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라기보다는 자신의 멋과 스타일을 연출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매출도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 해외명품담당 박상옥 과장은 “요즘 명품관 매출 중 70% 정도는 남성 시계가 차지할 정도”라며 “일상 업무를 하면서도 착용하기 좋은 가죽 줄 제품이나 희소성이 강조된 한정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세금 논쟁도 벌어져=명품 시계를 찾는 이들은 주로 전문직 종사자다. 블리스자산운용의 장성욱(44) 상무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 백화점 명품관과 청담동 매장을 수차례 오갔다. 그는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의 시계를 찾고 있다”며 “요즘은 상대방의 시계만 보고도 그 사람의 직업까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품 시계를 애완동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계와 달리 매일 태엽을 감아줘야 생명을 유지하는 속성 때문에 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다”는 것이다.
명품 시계와 관련한 끊임없는 ‘세금 논쟁’은 숙제다. 웰타임코리아 유강(55) 사장은 “터무니없는 세금(특별소비세 등) 때문에 국내 가격이 너무 비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가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세금 부담을 낮춰주면 오히려 걷히는 세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간호섭 교수는 “고급 시계의 세금을 낮추면 국내 시계제조업체들의 매출이 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