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늘고 경제지표 안정 제2 금융위기는 없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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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07면

요즘 방콕 시민 사이에 이런 농담이 회자된다. 2일 비상사태 선포 이후 두 명이 밤잠을 설치고 있는 데 한 명은 사막 순타라웻 총리이고 다른 한 명은 사틱 찬자반쿨(사진) 국가투자청장 이라는 것이다. 총리는 언제 시위대가 쳐들어올까 노심초사하고, 청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방콕을 떠날까 봐 잠을 못 잔다는 내용이다. 5일 오후 태국 투자청(TBI)을 찾았을 때 사틱 청장은 지쳐 보였지만 의욕적이었다.

밤잠 못 이루는 사틱 국가투자청장

-외국인 투자 유치에 악영향은 없나.
“쿠데타가 났던 2006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4억5300만 달러였다. 전년에 비해 별 차이가 없었다. 올 상반기에도 27억 달러가 넘었고 연말이면 4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두 배를 넘을 것이 분명하다. 다만 투자를 잠시 유보하겠다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았다.
“좋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이건 외국투자자들의 일반적인 패턴이기도 하다. 이들은 정정 불안 요인이 생기면 주식을 판 뒤 주가가 내리면 곧바로 매입해 큰 이득을 본다. 2006년 쿠데타 후에도 그랬고 지난해 말 총선 이후 혼란기 때도 그랬다.”

-태국 기업들까지 바트화를 내다 팔고 달러·유로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불안심리 확산 아닌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달러화 부족현상은 태국도 마찬가지다. 바트화가 생각보다 고평가돼 있어 외환을 확보해 두려는 기업들의 전략 때문일 것이다.”

-태국이 1997년과 같은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외국인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당시에는 태국 경제가 막 성장하는 단계여서 금융시장에 투기가 심했다. 조지 소로스뿐 아니라 국내외 헤지펀드가 금융시장을 유린했다. 바트화가 하루에 수십%, 수백%를 오르내릴 정도로 불안했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기업들의 해외차입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정부로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 각종 경제지표는 안정돼 있다. 5일 달러당 바트화 환율은 34.5 수준으로 지난 사흘간 변화가 거의 없다. 지난해 말 30바트 수준이었는데 10%가량 상승했다. 한국의 원화에 비하면 얼마나 안정돼 있나. 태국의 주가와 환율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나. 상반기 수출도 1004억 달러를 넘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수치다. 태국은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 진원지가 될 수 없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조만간 정부에서 단안을 내릴 것이다. 한국에서는 총리가 골프를 치고 비난이 일자 사임했다. 일본 총리도 국민 지지도가 떨어져 사임했다. 그러나 태국에선 이런 일이 아직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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