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탐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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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07면

의문의 자동차 폭발 사고로 아내를 잃은 전직 형사 에이드리언 몽크. 사립탐정이 됐지만 100가지가 넘는 공포증과 강박장애 때문에 조수를 달고 다녀야 한다. 몽크의 인생 목표는 형사로 복귀하는 것과 아내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문은실의 미드열전 <30> 몽크

2002년 미국 베이직 케이블 채널인 USA 네트워크에서 데뷔한 ‘몽크’는 과학수사와 테크놀로지의 디지털 수사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아날로그 정통 추리 수사물이다.

한번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축복이자 저주인’ 기억력과 관찰력을 무기로, 탐정 몽크는 사건의 퍼즐을 기막히게 맞춰 나간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입을 연다. “사건을 해결한 것 같아요” 혹은 “바로 이렇게 된 것입니다”라고.

‘수사물을 가장한 코미디 드라마’의 지존에 위치하고 있는 드라마인 ‘몽크’는 아기자기한 셜록 홈스식 정통 추리 기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몽크’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느냐다. 엉뚱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아날로그 추리물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 때문이다.

2002년 드라마의 시작 때부터 올해까지 일곱 번 연속 에미상 코미디 부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세 번이나 수상한 몽크 역의 토니 살롭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특이한 캐릭터이기에 오히려 싫증을 안겨줄 수도 있으련만 시즌 7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놀라운 저력을 보여준다. 몽크의 여조수를 비롯해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살인자 ‘버팔로 빌’로 출연했던 스톨트마이어 반장이나,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랜디 디셔 경위 역시 맛깔스러운 양념 역할을 해준다.

잔인한 장면도, 야한 장면도 없다. 과거 ‘수사반장’이나 ‘형사 콜롬보’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기에도 좋다. 다만 유난히 깔끔을 떤다거나, 결벽증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말라. 그들에게 몽크는 멘토이자 교주가 될 터이니. 미국에서는 현재 USA 채널에서 시즌 7을 방영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폭스 채널에서 시즌 5를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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