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과 함께 걷는 서울성곽 한바퀴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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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와 호텔 사이로 난 세종의 길

■서울성곽 장충동 구간~국립해오름극장~남산북측순환도로~남산 성곽탐방로~N서울타워

동호로 건너편으로 보이는 서울성곽은 신라호텔 뒤편을 지나 남산으로 이어진다. 길 건너 서울성곽 안내판에서부터 성곽 산책로를 따라 이어 걸으면 된다.
그 전에 오른쪽 장충체육관을 지나 장충단공원을 먼저 둘러봐도 좋다. 장충단은 을미사변과 임오군란으로 순직한 충신과 열사들을 위한 사당이 있던 곳으로 장충단공원에는 순종의 예필이 새겨진 장충단비뿐 아니라 헤이그 특사였던 이준 열사의 동상과 이한응 선생의 비석,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 때 장충단으로 옮겨온 수표교 등이 있다.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장충단 공원으로 연결된다.

서울성곽 안내판이 서 있는 자리가 성곽걷기 두 번째 코스의 시작점이다.

신라호텔 뒤편으로 이어지는 서울성곽 장충단 구간은 250m에 걸쳐 비교적 잘 복원돼 있다. 성곽 아래로 세워진 안내판이 각 시대별 성곽의 축조 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척 정도의 다듬어지지 않은 네모 모양의 돌들을 불규칙하게 쌓은 곳이 태조 때 만들어진 성곽이다. 긴 네모 모양으로 다듬어서 아래 부분은 큰 돌로 위 부분은 작은 돌로 쌓은 구간은 세종 때, 가로세로 2척의 정방형 모양의 돌들을 정연하게 쌓아 올려 간격도 일정하고 벽면도 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구간은 숙종 때 만들어졌다.

이 지역 일대의 서울 성곽은 주로 세종 때 개축된 것이다.

성벽을 타고 흐르는 넝쿨과 틈 사이사이로 피어오른 들풀이 예스러운 풍치를 더한다. 주택가와 성곽 사이로 난 산책길은 조용하고 호젓하다. 성곽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지날 때면 산책길의 아기자기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성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신당2동의 오밀조밀한 주택가 골목은 정겹다.

성곽 길은 단순은 역사를 걷는 길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주 산책로이자 쉼터로 거듭나고 있다.

잘 조성된 성곽 길을 따라 걷다보면, 신라호텔 뒤편에 성벽 안팎을 드나들 수 있는 암문이 하나 나온다. 사실 성곽은 암문을 지나 자유센터 뒤편을 거쳐 타워호텔까지 이어지지만, 타워호텔이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에 있어 2009년 8월 말까지 통행로가 폐쇄된다. 때문에 암문을 통해 성 안쪽 길을 따라 남산 순환도로까지 내려온다.

비밀스럽게 성 안팎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암문은 평소에는 돌로 막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비상구로 사용했다.

남산 순환도로를 따라 남산 방향으로 200m쯤 올라가면 남산자동차극장을 지나 왼편에 리모델링 중인 타워호텔이 나오고, 맞은편으로 남산공원과 국립해오름극장이 보인다.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국립해오름극장의 문화광장에서는 다양한 문화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다른 공연이 9월까지 이어진다. 자세한 공연 일정은 국립극장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www.ntok.go.kr)

국립해오름극장 옆 남산공원 입구를 따라 50m쯤 올라가면 ‘남산북측순환도로입구’라는 버스 이정표와 함께 남측과 북측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지난 2005년부터 대중교통을 제외하고 일반 차량들의 남산 통행은 금지됐다. 대신 2번과 3번의 남산 순환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오르면 끊어진 서울성곽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갈림길에서 순환버스가 지나는 남측 길로 50m쯤 올라가면 길 양쪽으로 끊어진 성곽의 흔적이 보인다. 타워호텔에서 끊어진 성곽이 이곳에서부터 다시 이어진 듯 하다.
왼쪽의 성곽은 수풀에 가려져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숲 사이로 선명하게 그 위용을 드러내는 오른쪽 성곽에는 250m의 ‘성곽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가파른 목조 계단을 따라 숲 안쪽으로 이어지는 성곽탐방로는 유난히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마치 산림욕을 하는 듯하다. 느린 걸음으로 십여 분을 오르다보면 성곽탐방로는 끝이 나고, 그 끝에서 흙길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가면 ‘남산산악회’ 회관이 나온다. 남산산악회관을 지나 체육시설 옆으로 난 길을 내려가면 다시 남산북측순환도로로 나오게 된다.

성곽탐방로는 유난히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남산북측순환도로를 따라 N서울타워 방향으로 오르기를 15분여쯤. 왼편에 남산 고유 소나무림 탐방로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N서울타워까지는 약 1km가 남았다. 걷는 내내 성곽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남산 정상 부근 팔각정휴게소에서 다시 성곽이 보이기 시작한 성곽은 서울 내사산 중 하나인 남산의 정상부까지 이어진다.

남산 정상부근의 성곽에서는 성곽 아래로 돌탑이 쌓아 올려져 있다.

장충동 구간에서 남산 정상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계속)

워크홀릭 담당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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