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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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부산서는 일본의 대마도,즉 쓰시마(對馬)가 보인다.직선거리 50㎞. 「쓰시마(つしま)」는 「두 섬」이란 우리 말이 일본어화된 것이라고 육당(六堂)최남선(崔南善)은 주장했다.
서여사도 육당의 설(說)을 뒷받침했었다.한짝.한쌍을 가리키는일본말 「쓰이(對.つい)」도 「둘」의 옛 사투리 「두히」라는 것이다. 지명이 우리말로 불린다는 것은 그곳이 우리 고장이었다는 얘기다.
또한 쓰시마에서는 이키(壹岐)섬이 보이고,이키에서는 규슈(九州)북쪽 앞바다에 떠 있는 가카라(各羅.かから)섬이 보인다.흡사 뜀돌 타듯 일본에 건너가게 돼 있는 것이다.
동백꽃과 대리석의 섬 가카라.백제 무령왕(武寧王)이 태어난 이 낭만의 섬은 「니리무 세마(主嶋).にりむ せま」라고도 불렸다.「니리무」란 「님」「임금」의 옛말 「닒」이 바뀐 것이다.그리고 「세마」「사마」「시마」도 「섬」이란 뜻의 우 리 옛말이다.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지석(誌石)에 의하면 무령왕은 「사마왕(斯麻王)」이라고도 불렸다.「사마」가 섬을 뜻한 백제말임을 알 수 있다.
이 가카라 섬에서 가라쓰(唐津.からつ)항은 한달음이다.작은 나룻배로도 능히 갈 수 있으리라.
보이는 곳엔 가게 된다.우리 조상은 김해나 부산서 일본열도로쏟아져 들어가 땅을 일구어 벼농사 지으며 무쇠를 갈고 농기구와무기를 만들어 영토 넓히는 데 힘썼다.원주민은 극소수였다.영토차지하기 싸움은 주로 대륙과 반도에서 건너간 우리 조상끼리의 몫이었다.
일본 신화(神話)는 남녀의 만남에서 시작되고 있다.남신과 여신이 서로 얼려 아이를 낳는 이야기서부터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내 몸엔 남아도는 부분이 한군데 있소.』 남신이 말하자 여신이 대답한다.
『내 몸엔 모자라는 부분이 한군데 있어요.』 『그럼,내 남아도는 부분을 당신의 그 모자라는 부분에 넣어 아이를 낳아봅시다.』 신들의 성교(性交)는 이렇게 이루어져 차례로 여러 섬을 낳아 일본열도가 생기게 됐다는 얘기다.
…그것은 칼과 칼집이다.서로 밀접하게 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남녀의 차이는 섹스에 있다」고 전제하고나서 구르몽은 「바깥쪽에 매달려 있는 남자의 주머니와 안쪽에 뒤집혀 있는 여자의주머니」에 대해 소상히 서술했다.남아도는 부분과 모자라는 부분이 합쳐지는 것이 성행위다.
그 결과 「왜(倭)」라는 아이는 생겼다.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일이 있어요.』 김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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