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여행/부산 바다회] 고추냉이 넣지 않은 막장의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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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직장 덕(?)에 얼마 전부터 외지에서 지내는 주부랍니다. 낯선 곳에 적응도 하기 전에 아이가 들어서 여러모로 애를 먹었지요. 심한 입덧을 하며 우울증까지 겪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간절히 생각나는 건 싱싱한 회 한 접시였어요. 친정집에서는 자주 먹었거든요.

부산 옆 양산에 살면서도 회 한 접시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형편이 서글프던 어느 날 저녁, 시아버님이 제 마음을 아셨는지 회 한 접시를 떠오셨습니다. 반가워서 눈물, 고마워서 콧물 훔치며 혼자서 정신없이 젓가락질을 했답니다. 다 먹고 나니 남편에게 민망하기 짝이 없더군요. 그날의 미안한 마음을 사연에 올려 ‘부산 맛여행’을 가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여행 당일, 부산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습니다. 구름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햇빛도 우리를 따라오며 쏟아지는 듯 했어요. 광안리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부산 바다축제’가 한창이더군요.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얼음에서 구르기도 하고, 게임을 하며 모래 위에서 뒹굴기도 했습니다.

저녁에 자리를 잡은 곳은 삼천포횟집(051-752-9393), 커다란 접시에 회만 얹어서 내오더군요. 저마다 다른 맛의 회에 입 안이 즐거웠습니다. 늘 먹던 초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이 아니라 막장에 찍어 먹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된장에 청양고추와 마늘·참기름을 넣어 만든 경상도 식이었습니다. 먹을수록 회와 막장이 기막히게 어울리더군요. “당신 덕에 바다 공기 마시며 싱싱한 회까지 맛본다”는 남편 말에 그간의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셨답니다.

육민애(30·경상남도 양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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