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짜 거북선銃筒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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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만화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충무공 이순신(李舜臣)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격파할때 거북선에 장착했다는 총통이 가짜로 드러났다.당시 인양됐던 별자총통(別字銃筒)이란 거북선의 주력화기로 알려진 무기였다.이게 발견됐으니 거북선 실체가 확인된것이나 다름없는 흥분을 하게됐고 당시 발굴단장이었던 해군대령은『한산도 해저에 거북선 존재를 확신한다』고 기염을 토했다.바로이 발굴단장이 시중 골동품상에서 가짜를 구입해 한산도 앞바다에빠뜨렸다가 건져서 거북선 운운 하며 「역사적」사기를 친 것이다. 우리는 이 사기극에서 두가지 사실을 확인한다.하나는 우리 공직자들의 책임의식 문제다.그는 해군대령이면서 충무공유적을 찾아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사명을 띤 공인이다.이런 직책에 있는 사람이 발굴부진의 책임에 몰리자 가짜를 구입해 진짜로 둔갑시켜 역사를 거꾸로 세웠다.일신의 문책을 모면키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범죄를 서슴지 않았다.당시 언론 보도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덧붙여 「거북선 사실입증」「한산도대첩 실증」등을 머리기사로 뽑았고,그후 한산도 앞바다에는 거북 선 탐사작업이 수년간 계속됐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른바 전문가집단의 부재(不在)라는 현실이다.골동품상가에서도 가짜로 알려진 물건이 어째서 그토록 쉽게 국보급 문화재로 둔갑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저절로 일어난다.인양 당시 이미 긴급 학술조사를 했고,문화재심 의위원회를 거쳐 국보로 지정됐다.어째서 이런 과정속에서 단 한번도 의혹이제기되지 않은채 박물관전시실에 버젓이 전시됐을까.
지난달 경기도립박물관에서 구입한 유물중 상당수가 가짜라는 의혹이 나왔다.유물구입시에도 학예관 검증을 분명 거쳤다는데 어째서 가짜와 장물이 도립박물관에까지 들어올 수 있었을까.가짜 거북선 총통의 진위를 구별못하듯 유물검증 또한 전문 성 결여탓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가짜 거북선총통 소동은비단 관련학계나 단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만연된 무책임과 전문성결여라는 우리 문화의 저급한 수준을 반영하는 현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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