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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인맥>3.하용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하용수란 이름은 연예가에선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한다.그의손길이 닿으면 무명신인은 스타로,스타는 슈퍼스타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하용수는 스타의 자질을 알아채는 본능적인 후각을 가졌다.게다가 20여년간의 패션디자이너 생활은 스타의 이미지를 창조,변신시키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갖게했다.69년 TBC 7기로시작한 탤런트.영화배우 경력은 연예가 바닥을 샅샅이 꿰 도록 도와주었다.이런 것들이 합쳐져 그를 만능의 손을 가진 「스타제조기」로 만들었다.
현재 그의 이름과 궤를 같이하는 연기자군은 국내 최대.최고를자랑한다.이정재.이미숙.손창민.박영선.지수원.오연수.김진아 등초호화 스타들이 그의 「식구」들이다.
그가 패션디자이너에서 매니저로 변신하고 연예계 최대 「하용수패밀리」를 구성한 것은 94년 말.이정재.최민수.지수원이 원년멤버들이다.95년초 손창민.오연수.박영선이 가세하고 뒤를 이어돌아온 스타 이미숙,패션모델계의 여왕 나하영 등 이 영입됐다.
채 2년이 안돼 그는 매니저중 둘째 손가락을 꼽으라면 서러운 거물이 됐다.현재 활동중인 국내 매니저수는 약 1천명.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직업의 회의를 느끼게한 원흉(?)이 됐다는 게 주위의 말이다.
『셈보다 인간적 신뢰를 앞세운게 연기자들에게 믿음을 준 것같습니다.』 여느 매니저와 달리 계산상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연기자의 장래를 진지하게 챙겨준다는 점이 여러 연기자들에게 어필한것같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그의 식구들은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든다.오랜 친분에서 오는 믿음,하씨의 관리 능력,탁월한 코디,연예가에 폭넓게 퍼져 있는 인간관계 등이 그것이다.
그의 스타관리는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하나는 기존의 최고스타를 한단계 더 올려주는 것이다.그것을 그는 「스타 업그레이드」라고 부른다.아무리 최고스타라도 더이상 올라설 수 없는한계에 부닥친다.그 한계를 한달음에 건너 뛰게 하는 능력을 하용수는 발휘한다.『모래시계』에서 최민수.이정재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등 코디네이터를 전담해 극중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린 것 등이 한 예다.
두번째는 변신이다.모델을 연기자로 혹은 연기자를 모델로 바꿔놓는데도 그는 천재성을 발휘한다.박영선을 연기자로 데뷔시킨 것과 모델이었던 이정재를 연기자로 변신시킨 것이 그 예다.연예인개개인의 숨어 있는 끼를 찾아내고 성공적인 변신 을 가능케 하는 것은 특별히 남다른 능력으로 손꼽힌다.세번째는 「스타만들기」다.무명의 신인,그것도 본인은 배우나 스타되기를 꿈꿔본 적도없는 신인을 발탁해 최고 스타로 키우는 것이다.이정재가 그런 예다.레스토랑 아르바이트생 이정재는 그의 손을 거쳐 당대 최고스타로 재탄생한다.
그의 그늘을 찾아 날개를 접는 연예스타들은 꼭 그의 이런 능력만을 탐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그에겐 오랜 연예계 생활을 통해 맺어진 끈끈함과 편안함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하씨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배우생활을 그만두고 패션계에 입문한 74년 이래 그는 선후배 탤런트들의 코디네이터역을자원해 맡다시피 했다.한 두사람의 의상.헤어스타일 등을 훈수하다보니 알음알음 그를 찾아와 자문하고 인연을 맺 은 탤런트들이부지기수가 됐다.원미경.송승환.이문세.왕영은 등이 그의 패션으로 몸치장했고 임성훈.박중훈 등은 『달빛 멜로디』와 『깜보』출연때 속옷부터 시작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하씨의 손에 의해 디자인됐다.이영하가 『우리는 지금 제 네바로 간다』촬영때 터프가이로 변신한 것도 하씨의 작품이며 『겨울나그네』의 레이디 이미숙과 『서울무지개』의 섹시걸 강리나도 그의 손이 만들어낸 작품에 속한다.
94년 정식 매니저업을 시작했지만 20여년동안 사실상 후배들의 대부로 매니저역을 맡아온 셈이다.차이라면 계약서를 쓰고 안쓰고 뿐.때문에 판을 벌리자 곧바로 내로라는 연예스타들이 몰려든 것이다.
방송사를 문턱이 닳도록 넘나드는 탓에 친구같아진 스태프들이 많다는 점도 강점이 됐다.KBS 최상식주간.맹만제PD나 MBC김종진.여맹섭PD들과는 속내를 털어놓고 지내는 사이다.
패션계의 이재연.도신우 등은 20년 넘게 그와 작업해온 지인들.연예인과 의상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들 패션계의 톱라인들이 하씨의 동반자라는 사실은 하씨에겐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거저 얻고 있는 셈이다.
매니저중 비교적 「짠돌이」로 소문난 하씨임에도 불구하고 돈과명예에 민감한 프로스타들이 그를 찾는 이유도 「광대를 알아보는것은 광대」라는 철저한 그의 프로의식이 가진 흡인력 때문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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