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외교의겉과속>上.對外문화연락위원회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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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 망명사태가 잇따르자 내부 단속의 첫 표적이 된 게 대외문화연락위원회 직원들이다.이들은 그만큼 다방면에 걸친 외교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어 외부의 「나쁜」 사조(思潮)에 물들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모든 민간외교는 대외문화연락위원회로 통한다.노동당 국제부. 정무원 외교부와 함께 북한 외교를 이끌어가는 대외문화연락위원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실속있는 물밑외교를펼치는 기구로 알려져 있다.북한내에서 치러지는삐 각 국가의 국경일과 친선주간 행사 등 공식.비공식행사는 물론 외국 대표단의방북 동정에도 대외문화연락위원회 간부들이 대개 한두명씩 포함돼있다.이 기구의 간부들은 친선대표단을 구성해 해외 각국을 순방하기도 하고 문화교류협정을 조인하 는 일도 맡는다.
노동당 중앙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5선의원인 정준기(鄭浚基)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몇년간 활동이 포착되는 부위원장급 인물들은 천연옥.양달주.이성호.오문한.김용수 등 8명이다. 이중에서 특히 천연옥은 10여년 이상 부위원 장 자리에 있으면서 모든 대내외 외교행사에 참석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민간외교의 여걸」로 불린다.또 부위원장 이성호는 북한적십자회위원장 대리를 겸하고 있어 최근엔 홍수 피해와 관련한 대외원조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부위원장들은 직급상 차관급으로 분류되나 외교활동상 차지하는 독특한 지위로 인해 실질적인 직급이나 대우는 정무원이나 노동당의 부부장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지난 56년4월 창설된 대외문화연락위원회는 민간차원의 학술.
문화교류를 통해 상호간의 친선과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데 1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북한체제의 대외선전을 담당하는 「전위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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