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존경보의 의미와 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8,9일 연이틀에 걸쳐 서울지역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서울시민들은 최근 들어 계속되는 경보사태에 어리둥절할 틈도 없는 듯하다.얼마전 북한 미그기가 귀순해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오존주의보의 경우도 대부분 시민들은 저녁 뉴스 를 보고서야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두 사건 모두 감시는 이뤄졌으나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고,알았다 한들 그 시점에서 시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준비가 돼 있지 못했다.앞으로 오존주의보의빈도와 강도는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서 오존경보의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오존경보는 오존농도가 높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존은 광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산화제의 하나고,광화학반응에의해 생기는 물질은 오존 이외에도 PAN.아크로레인.질산 등 수십가지다.오존은 광화학스모그 물질중 대표적인 것으로 그 지표물질이다.오존농도가 경보수준만큼 높다는 것은 광화학스모그에 관계되는 물질들의 오염도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따라서 오존경보가 의미하는 피해수준은 단지 오존농도 얼마일 때 어떤 피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수도권지역의 오존 문제는 이번 오존주의보로 심각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심각한 상태였으며,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서울지역 오존의 심각한 상태는 이미 7,8년 전에 시작됐다.연간 3회 이상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오존의 단기환경기준(0.
1/시간)을 91년에는 1백57회,92년에는 2백22회,94년에는 2백65회나 초과하는 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 고,4~5년 전부터는 부천.광명.수원등 경기지역 도시들에서도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셋째,오존문제는 오염관리대책에 의해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다.서울의 이산화황 오염도는 최근 크게 개선됐다.난방연료를석탄과 기름에서 도시가스로 전환하면서 배출량을 줄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오존의 경우 원인물질의 주요 배출원이 자동차와 주유소,용제사용시설(페인트사용,세탁소)등이다.이번 주의보가 발령되던8일 발생한 도시가스 누출과 같은 경우도 그 양에 따라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자동차가 최근 폭증하고 있으며,이에 따른 교통체증과 주유소의 증가는 광화학스모그의 원인물질을 더 많이 토해낼 것이라는 점이다.또 규제가 이뤄진다 해도 광화학반응의 메커니즘은 대단히 복잡해 쉽게 개선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이러한 오존문제의 대책은 무엇일까.당장 해야 할 일은 경보의전파방법을 개선하는 일이다.고농도 오존은 주로 한낮에 2~4시간동안 발생한다.따라서 라디오를 활용해 전파하고,시내 대기오염전광판도 경보내용을 즉각 알릴 수 있도록 개선돼 야 한다.특히초등학교에는 직접 통보해 체육활동을 중지시키고,시민들은 자동차사용과 노약자의 외출을 자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대기오염측정망을 확충하고 오존경보제 적용지역을 확대하는 일이다.현재 수도권의 측정망은 서울을 중심으로 인접지역에 편중돼 있다.행정적으로는 특별시가 있을 수 있으나 대기오염에는대기권역이 있을 뿐이다.수도권 전역으로 대기측정 망을 확충하고고농도의 오존이 관측되고 있는 수도권지역으로 오존경보제의 적용범위가 확대돼야 한다.
장기대책으로는 먼저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오존 관련 오염물질들이 배출되는가 하는 대기오염 배출목록을 작성하는 일이고,이를 기초로 해 체계적인 규제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것은 오존주의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깨닫는 것이다.이제 시민들과 자동차라는 「굴러다니는 작은 굴뚝」들이 공기를 두고 벌이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장영기 수원대.환경공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