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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온 慶山 청천초등생,고함.삿대질 국회에 실망한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연7일째 파행을 거듭한 11일 오후의 국회 본회의장.여야 의원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광경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경북경산시 청천초등학교 6학년 학생 21명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고함과 삿대질이 오가는 「어른들의 국회」를 머쓱하게 지켜보다 이종진(李宗珍.59)교장의 인솔로 30분여만에 자리를뜨고 말았다.본회의장에서는 초등학생의 참관에도 불구,몇몇 야당의원들이 여당의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여 당의원들도 뒤질세라 맞고함으로 응수하고 있었다.
『우리반에서 학급회의를 할 때도 누가 얘기를 하면 조용히 들어주는데 국회의원 아저씨.아줌마들은 남이 얘기할 때 소리지르고잘 듣지도 않네요.』발걸음을 돌리던 반장 전병우(13)군의 국회견학 소감이다.
이종필(13)군은 『국회는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모여 나라일을 의논하는 것이라고 배웠다』며 『그러나 아무 일도 안하고 잡담만 하면서 고함만 지르는게 이상했다』고 말했다.李군은 『다음엔 언젠가 제대로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 면 좋겠다』는 소박한 심정도 드러냈다.
한 학생은 『집에 가서 국회에서 무엇을 보고왔다고 하겠느냐』는 질문에 『자랑하려 했는데 아무 것도 본 게 없어 할 말이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李교장과 담임선생인 우태란(33.여)씨는 『서울로 수학여행온김에 학생들에게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산 교육을 시켜주려고 찾아왔다』며 『하필 국회 모양이 이런 때 방문해 학생들에게 미안하게 됐다』고 민망한 표정이었다.
장혜수.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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