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3범 고아 아버지 찾아 석방 새 길 열어준 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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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갈취혐의로 구속송치된 소년원 전과3범의 고아가 담당 검사의 끈질긴 노력 끝에 11년만에 아버지를 찾으면서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서울지검 형사4부 이상권(李商權)검사는 10일 오락실에서 중학교 2년생을 협박해 점퍼를 빼앗은 金모(17.서울 某공고1년)군을 아버지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金군이 李검사 앞으로 송치된 것은 지난달 17일.수사기록상 金군은 네번째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였고 머리를 빨강물로 염색하는등 얼핏 보기에는 전형적인 불량소년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우한 성장과정을 들으면서 李검사의 마음이 흔들렸다.
金군이 고아가 된 것은 여섯살때이던 85년 가을.어머니가 가정불화로 집을 나간 후 누나와 함께 『어머니를 찾으러 간다』며 경기도미금시의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남매는 서울시내 여러고아원을 전전하다 지금은 H보육원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金군은 지난해부터 본드를 흡입하고 폭력을 휘둘러 한해 세차례나 소년원을 드나들게 됐던 것.
간단한 훈계와 설득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후회하는 모습을 보는순간 李검사는 『구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李검사는 金군의 아버지를 찾기로 하고 염규복(廉圭福)수사관과함께 보육원으로 가 金군 누나(19.서울 某여상2)로부터 아버지가 「40대의 김동원」임을 밝혀낸 것.컴퓨터 조회 결과 전국에 「40대 김동원」은 5천여명이었지만 어렸을 때 미금시에 살았다는 기억을 근거로 경찰의 협조를 받아 불과 며칠만에 경기도남양주시에 살고 있던 아버지 김동원(金東源.42.노동)씨를 찾아낸 것.
李검사실에서 이뤄진 부자.부녀상봉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아버지 金씨는 아내의 가출에 이어 자녀까지 잃고난 후 시름과 절망의 나날 속에서 막노동을 하며 혼자가 된 누나(45)의 집에서 기식하고 있었다.이 때문에 이들 남매는 아버지 를 만났어도당장 같이 살 수가 없었다.생활비와 같이 살 집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검찰은 여러차례 회의 끝에 『뼈가 부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내 자식은 죄짓지 않고 살도록 먹여 살리겠다』는 아버지의 굳은 의지를 믿고 결국 가족에게 돌려보내기로 결정한 것.공고 자동차과 1학년인 金군은 『더이상 죄짓지 않고 일류 자동차정비기술자가 돼 아버지를 찾아주신 검사님께 보답하겠다』고 굳게약속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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