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방송과 연예계의 검은 뒷거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는 방송사 PD들과 연예기획사의 검은 뒷거래는 마치 한 편의 범죄 드라마를 연상시킬 정도다. PD들의 상납 요구는 노골적이었고, 방법 또한 지능적이었다. 구속된 MBC의 간판급 PD 고모씨는 돈이 필요하면 기획사 직원을 불러 자신의 차 열쇠를 건네줬다고 한다. 기획사 측은 성의를 표시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한 번에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현금을 차 안에 놓고 갔다는 것이다. 물론 상납의 대가는 소속 연예인의 ‘캐스팅’이었다. 고씨는 또 자신과 업무관계에 있는 상장 기획사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억대의 시세차익을 내기도 했다. 현재 검찰이 고씨와 비슷한 혐의로 수사 중인 PD 수는 무려 10여 명에 이른다. 방송가에선 이들이 모두 구속될 경우 방송 3사의 연예 프로그램이 일시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나돌고 있는 판국이다.

방송은 신문과 더불어 사회의 공기(公器)다. 사회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연예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PD들도 그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은 10대들의 꿈인 ‘스타’를 키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한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PD와 연예기획사 간의 검은 뒷거래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 방송사도 제 식구 감싸기 식 처신을 버리고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또 자체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연예 프로그램의 배역 선정 방식을 개선하는 등 부정한 먹이사슬을 끊는 일에 스스로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