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원중학교 환경보전 교육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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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키려 지키려 해도 어쩔 수 없네.이미 오염돼버린 지구인 걸.수질오염.대기오염 너무 심각해.』 서울강서구방화동 방원중학교(교장 金墨煥)2학년3반 학생들은 지난달 21일 「교내 환경노래대회」에서 『개똥벌레』란 노래의 가사를 이렇게 바꿔 불렀다. 지난해부터 이 학교는 「환경감시반」「환경탐구반」「환경원예반」등 3개의 특별활동반을 중심으로 환경보전의 생활화를 교육.실천하고 있다.
환경감시반은 먼저 각 교실의 쓰레기통을 뒤져 분리수거 상태를비디오에 담아 고발하고 고칠 점을 알려주는 「몰래 카메라」를 맡고있다.
또 인근 개화산 약수터의 수질을 조사해 약수의 질산농도가 매우 높으며 그 원인이 바로 위쪽의 화장실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내 주민들에게 알렸다.
지난해 여름방학부터는 김포 굴포천까지 나가 화학적산소요구량(COD)등 수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농가에서 나오는 축산폐수로 오염이 심한 편이었어요.물이 줄어든 겨울에는 수질이 더 나빠졌어요.』 지난 겨울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빠짐없이 현장조사에 참석했던 김연정(金連貞.
2년)양의 말이다.
환경원예반은 구내식당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퇴비를 학교 꽃밭에뿌려주고 효과를 관찰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환경과목을 맡고있는 이혜선(李惠仙.34.여)교사의 지도가 뒷받침돼 가능했다.
교직생활 11년째로 경험과 열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李교사의 남다른 노력은 다른 학교에서 찾기 힘든 「환경실습실」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여러 가지 측정기기가 마련돼 있고 학생들이 만든 환경오염지도.환경상품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4일 오후에도 이 학교 환경실습실에는 환경탐구반 학생들이 둘러앉아 李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아황산가스 등이 공기 중에 많아지면비가 산성을 띠게 돼요.산성비는 토양을 딱딱하게 만들고 식물에도 큰 피해를 주지요.』 이날 실험내용은 「빗물의 산성도 측정」. 설명과 시범에 따라 물.식초.주스 등을 비커에 따른 후 측정기를 넣어 조심스럽게 산성도를 측정하던 학생들은 『서울에도산성비가 내린다는데 빗물을 받아 측정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환경일기를 꼬박꼬박 쓰고 있고 환경을 주제로 한 학교신문과 학급문집도 만들었다.
『국회의원 후보들이 마구 돌린 홍보물은 그대로 쓰레기가 됐다.선거 쓰레기를 모두 치우려면 쓰레기차 몇십대가 다녀야 한다는데 지구가 죽으면 국회의원들은 괜찮을까』라고 한 학생은 환경일기에서 어른들의 무관심을 꼬집는다.
이러한 노력이 알려지면서 가장 열심히 활동한 김연정양과 李교사는 5일 환경부장관의 표창을 받는다.
金양은 『다른 친구들보다 특별한 것도 없는데 나만 상을 받게돼 쑥스럽다』면서 『앞으로 환경을 지키는 작은 파수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李교사도 『선택과목이어서 하나만 해도 되는 환경과 한문 두 가지를 모두 배우고 있어 부담이 큰 학생들이 환경조사를 열심히해 기특하다』며 공을 학생들에게 돌렸다.
이 학교는 5일 환경축제를 연다.
집에서 다 읽은 책 등을 가져와 교환하는 「아나바다(아껴쓰고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장터」도 열고 『하나 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환경선서」도 한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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