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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이혼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9세기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워는 평생 독신이었다.하지만 그는 결혼의 본질이 무엇인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쇼펜하워는 이렇게 말했다.『결혼은 자기권리를 절반으로 하고 의무는 배(倍)로 걸머지는 일이다.』 미국은 이혼대국이다.
부부 두쌍중 한쌍이 이혼하고,아이들 세명중 한명이 혈연(血緣)의 부모와 살지 않는다.미국에선 「무과실법(無過失法)」에 따라배우자가 별 하자(瑕疵)가 없어도 어느 한쪽이 이혼할 의사가 있으면 이혼할 수 있다.일 부에선 무과실법을 『가정을 파괴하고결혼의 신성함을 더럽히는 법률적 테러』라고 혹평한다.미시간주(州)는 최근 무과실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법정에서 이혼의 불가피성을 증명하도록 함으로써 이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94년 이혼건수가 19만5천1백15건으로 사상최다를 기록했다.인구 1천명당 이혼율도 1.57로 지난 83,84년 이혼붐에 이어 제2차 이혼붐을 이뤘다.특히 결혼생활 20년이상 된 숙년(熟年)이혼이 전체의 16%를 넘 었다.미혼화(未婚化)현상도 두드러진다.지난 75~90년 미혼율은 남자 1.5배,여자 2배로 증가했다.50세 된 시점에서 결혼경험이 없는 생애미혼도 전체의 9%를 차지한다.
우리 나라도 최근 이혼이 급속히 늘고 있다.지난 70년 한해1만건 수준이던 것이 94년 6만5천8백40건으로 늘었다.인구1천명당 이혼율도 70년 0.64에서 94년 1.94로 높아졌다.숙년이혼비율도 85년 전체 이혼의 4.7% 에서 94년 7.9%로 높아지고 있다.특기할 것은 배우자 부정으로 인한 이혼은 주춤한 대신 배우자로부터의 부당한 대우로 인한 이혼이 늘고있는 것이다.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편부모(偏父母)가정이 1백만가구를 넘는다.이중 편부가정의 70%,편모가정의 19%가 이혼.배우자가출 등 가정불화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처럼 점차 이혼이 일반화하는 추세를 보이고있다.「즐거운 이혼」「억압으로부터의 탈출」 등 이혼을 미화하는분위기마저 생기고 있다.
이혼은 개인적 선택행위다.그러나 그 결과는 사회적으로 나타난다.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정의 파괴는 바로 사회의 파괴로 연결된다.권리는 줄이고 의무는 키우는 극기(克己)와 절제야말로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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